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관하여
남들은 보통 반려동물에게 쓸 수 있는 최대 비용을 얼마까지 잡아두는지 모르겠다. 한 통계에서 동물 병원비 최대 감당 금액에 ‘100만 원’이 제일 많다는 설문 결과가 있었는데, 그 통계를 보며 ‘초보 반려인들 대상으로 조사했구먼’이라고 생각했다. 동물병원에 한 달만 출입해도 100만 원은 우스우니까.
내 경우에는 가족을 포기하는 일 만큼은 절대 없다고 다짐하곤 했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매달 5만원씩 적금도 들어놓고, 한 달에 고양이에게 드는 비용의 상한선을 잡아두는 등 적절히 통제하고 있었다. 근 10년간 그 안에서 잘 소비했다. 리아가 아프고 나서야 그 돈이 얼마나 소박했는지 깨달았지만.
“다음주부터 타깃치료 들어갈 거예요. TKI라고, 희귀한 약이라 좀 비싸요. 3만 5천 원. 그리고 수치 확인 위해 일주일에 한 번 피검사에 종종 초음파도 보셔야 할 테고... 못 잡아도 한 달에 70만 원은 생각하셔야 해요. 그래도 약 복용 시키시겠어요?”
리아가 병원을 들락거린 지 4개월째. 리아용 적금은 진즉에 바닥났다. 지금까지 쓴 병원비만 500만 원이 넘는데, 앞으로 평생 먹여야 하는 약과 병원비가 매달 70만 원이라니. 순간적으로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 리아 병원비에 남편 병원비까지...’
지금까지는 반려동물 치료를 포기하고 병원에 유기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내 월급으로 리아와 남편까지 둘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지경에 이르니 자연스럽게 망설이게 되더라. 가족을 버리던 그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긴 했겠구나 싶었다. 나도 그들처럼 되는 것인가. 남편의 휴직으로 가계 수입도 절반으로 줄었는데, 반려인 병원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어쩌면 좋지. 대출을 받아야 하나. 리아를 포기해야 하나.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하나. 아픈 리아를 바라보며 ‘1년만 더 살아주렴’ 기도하던 나는 어디로 갔는지. 리아가 좀 살 만해 보이니까 마음이 이토록 간사하게 군다.
순간 망설인 끝에 나온 대답은 ‘복용할게요’였다. 리아 약 조제를 기다리는 동안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며 이런저런 비용을 더하고 빼보았다. 당분간 저금도 포기하고, 후원도 중단하고, 외국어 학원도 그만두자. 거의 10년간 후원하던 곳마저 중단하려니 마음이 아팠지만, 내 앞에 놓인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돈 때문에 리아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고정비용을 조정했더니, 딱 70만 원이 생겼다.
앞으로 우리 가정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내 미약한 월급으로 둘을 감당하려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노후자금이나 저금은 꿈도 못 꿀 수도 있겠고, 집을 줄여 이사를 갈 수도 있겠지. 그럼에도 그 많은 '포기' 안에 리아를 포함시키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