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소중해
리아 담당 의사 선생님은 이미 암세포 전이가 꽤 진행된 리아에게는 항암 치료도, 방사선 치료도 추천하지 않았다. 힘만 들고 효과는 없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다만 타깃 치료라고, 신형 약 하나를 추천해주었다. 건강한 세포는 놔두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약이라고 했다. 부작용도 거의 없고, 잘만 먹어준다면 암 진행속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추천해주셨다. 다만 약이 한 알에 3만 5천 원이고, 국내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수급이 어려우며, 리아 외에는 먹일 동물이 없으니 한 박스씩 통째로 구매해야 하는 단점은 있었다. 그 약이 유일한 방법이라는데,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도, 곧 부작용이 나타났다. 몇백 마리당 한 마리에게만 있을 만큼 작은 확률인데, 그게 리아에게 해당되었으니, 내게는 100프로 확률로 느껴졌다. 처음 나타난 부작용은 식욕부진. 사료도 캔도 거부하고, 그 좋아하는 간식캔도, 츄르도 무용했다. 뭐만 먹이려 들면 고개를 팽 돌려버렸다. 냄새 한 번 맡고는 고개를 90도로 꺾고 한껏 거부하는 녀석 때문에 속이 타들어갔다. 매일 억지로 리아의 입을 벌려 주식캔을 밀어넣는 나와, 안 먹겠다고 버티는 리아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몸무게를 잴 때마다 0.2킬로그램씩 빠진 숫자와, 주식캔에 적힌 “4킬로그램 고양이 1일 급여량 두 캔”이라는 문구는 내 상황을 점점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반면에 리아에게는 그 며칠이 고문과 같았을 것이다. 이런 폭력이 리아에게 과연 옳은 일일까 싶었다.
‘내가 리아를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게 아닐까.’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헤엄쳤다.
리아 담당의가 2주일간 약을 중단하고 재급여해보라고 제안했다. 2주 뒤, 식욕부진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부작용이 등장했다. 종일 침을 흘리며 집안을 배회하는 리아.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도와달라고 우는 녀석의 목소리에 나도 같이 울상이 되어버렸다. 구역감에 안절부절하는 리아와 함께 불안한 하루가 지나고 결국 그 약을 포기하기로 했다.
항암 약을 끊자마자 리아 식욕은 돌아왔고, 구역질과 침흘림도 없어졌다. 그래, 그렇게 싫다는데, 먹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내 이기심일 뿐이다. 덕분에 우리의 헤어짐은 조금 더 빨라지겠지만 그럼에도 녀석이 행복한 오늘이 더 간절하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리아를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말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한다, 무엇이 녀석을 위한 최선인지. 내 욕심에 리아를 억지로 붙잡고 싶지 않으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은 욕심이 자꾸만 커진다. 우리의 매일을 좀더 소중하게 다루기 위해, 그 욕심을 자꾸만 내려놓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는 중이다.
잔뜩 웅크리고 자는 리아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등에 귀를 대본다. 가만가만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작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심장 박동을 들으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우리에게 내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우리가 함께임에 감사하다 싶은 순간이다. 리아에게 기적이 있다면 그건 우리가 함께하는 오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