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 선언문
내가 쓴 글을 보고 날 돕겠다는 사람(A)이 찾아왔다. 지금은 검사이지만 학창 시절 꼴통이었던 사람이다. 자기 삶을 낱낱이 말해주며 나와의 공통점을 이야기했고 지금의 내 방황이 어떤 의미인지를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내게 말하던 도중 누군가가 그를 쫓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나는 그를 돕기 위해 함께 도망을 갔다. 그는 자기보다는 나를 살려야겠다며 나를 밀어내고 기꺼이 무리들에게 붙잡혔다. 무리들에게 얻어맞던 그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그대로 놔두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무리들 중 한 명(B)이 그를 업고 뛰기 시작했다. B에게 A는 아버지에게 학대받던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고 그 어머니를 구한다는 생각으로 그를 구한 것이다. 그를 업고 뛰는 B를 멀리서 목격한 또 다른 사람(C)이 차를 몰고 와 그들을 태웠다. 그리고 멀리 달아났다.
꿈에서 깨었는데 울컥하며 자꾸 묵직한 덩어리가 넘어오려고 했다. 너무나 황당한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말은 ‘네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지치지 말고 계속 써라.’는 말로 들렸다.
그렇다.
가끔 글을 쓰며 지칠 때가 있다. 지치다 못해 끝 모를 바닥으로 가라앉기도 한다. 내가 쓰는 글의 의미에 대해 되짚게 되고 그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좌절하고 희망이 없기에 지치는 것이다.
그런데 꿈이 나를 구원했다.
꿈이 나에게 말을 걸어 괜찮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을 믿어보려 한다. 사람과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나의 말이나 행동이나 글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전혀 모르던 사람에게서 영향을 받고 그걸 보는 또 다른 사람의 눈을 뜨게 해주는 일을 종종 경험한다.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남자가 책을 읽고 있다. 우연히 그가 읽고 있는 페이지를 같이 읽었다. 책의 저자는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갑자기 아빠에게 서운하게 했던 날이 떠오른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에 가는 길에 빵집이 눈에 들어온다. 아빠가 좋아하는 단팥빵을 사고 기뻐하실 얼굴을 떠올린다. 실제로 아빠는 고맙다는 말로 과거의 나를 용서하셨고 우리는 그날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한 줄의 힘을 믿는다.
어디에서 어떻게 누군가에게 보일지 모를 글이지만 그에게 닿아서 힘이 되고 아주 작은 변화를 이끌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부터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누군가를 위해서, 그의 행복을 위해서 글을 쓰겠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나를 다독여야 될 때마다 기억할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한 단어, 한 문장, 한 단락의 글이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의미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라고. 내가 이루려는 작가로서의 목표를 거기에 두고 정성껏 한 줄씩 써보려 한다.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아마 나를 그쪽으로 이끈 누군가의 글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내게 맺힌 것들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나에게 주는 영향은 무엇이며 그게 또 누구에게 가 닿을지를 고민했다. 그런 고민들의 결과가 아마 꿈을 통해 내게 말을 걸어온 것 같다. 그 말을 알아들었고 나를 일으키는 힘이 됐다.
불끈 일어선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 일으킬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