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대, 물고기 그리고 나

평범한 사람이 특별하게 사는 방법

by 다시봄

“너 공부해서 출세하고 싶지?”

이 말에 무너졌다. 작가의 꿈을 꾸며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영화 <자산어보> 속 창대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창대는 자신의 미천한 신분(상놈)을 부끄러워하고 가슴속 깊이 신분 상승(양반)이라는 야망을 키우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공부를 하면 아버지의 인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인정을 받으면 과거시험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시험에 합격하면 양반이 되어 행복해지지 않을까?’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상처받은 영혼을 당연한 듯 끌어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이다. 다년간 물고기를 잡으면서 알게 된 지혜와 지식은 그저 생계를 위한 도구일 뿐인 우리 시대의 범인(나를 포함)과 다를 바 없는 인물이다.


자신의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세상을 ‘특별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봐주는 정약전의 입장을 납득할 순 없었지만 창대는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정약전과 손을 잡는다. 하지만 결국 정약전이 꿈꾸는 평범함 속의 특별한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 창대는 그와 잡았던 손을 놓고, 자신이 꿈꾸던 그야말로 특별한 삶을 향해 나아간다. 그토록 원하던 평범하지 않은 양반이 됐건만, 그렇게만 되면 행복할 줄 알았건만, 창대는 꿈꾸던 책 속의 세상과는 다른 현실 속 세상을 접하며 정약전을 떠올린다. 자신이 공부를 한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것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을 접하며 그보다 훨씬 전에 좌절했을 정약전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나는 오랫동안 작가의 꿈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작가 지망생이다. 여러 학원을 전전하며 많은 스승을 만났고 그들에게서 작법을 배웠다.


‘올해는 공모전에 당선되겠지, 당선만 되면 작가가 되겠지, 작가가 되면 평범한 삶과는 이별이다, 나는 특별한 존재가 되는 거다, 그러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창대를 보며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진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단지 작가가 되어 신분이 상승되기를 바라는 것일까? 그렇게만 되면 행복할까? 글쎄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나를 알기 위해서였고, 나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였고, 이해의 범위를 넘어서는 세상을 포용하기 위해서였다. 돈을 벌고 유명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그런 욕망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본질을 놓치고 살아간다면 창대처럼 후회할 날이 올 것이고 나는 다시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평범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현재의 삶에서 주어진 것에 감사할 것인가, 현재를 놓치고 이상만을 꿈꾸며 살아갈 것인가?


창대를 통해 삶에 질문을 던져 본다. 영화 속 창대가 되어 본다.





<문학과 상상력> 기말 과제이다.

‘최근 소설이나 영화 한 편을 골라 특별히 더 감정 이입이 된 인물의 사례를 찾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해 보자.’


심리학 1학기 강의의 목표는 ‘평점 이상만 맞기!’였지만 1학기가 끝난 지금 내게 남은 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후유증과 같은 ‘여전히 보고 싶고 더 알고 싶고 매일 마주하고 싶은’ 학문이 되었다는 거다. <문학과 상상력>은 교양 과목이었지만 심리학 수업만큼이나 나를 돌아보고 사람을 알게 하는 뜻깊은 수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