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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봄 Nov 02. 2021

두 번의 장례식과 한 번의 결혼식

혼자여서 불편한 진실

혼자여서 불편한 건 등짝에 파스 붙일 때, 배달음식이 남을 때뿐이었다.




작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이 31.7퍼센트라고 한다. 664만 명이 넘는 1인 가구 중 한 명이 나다.


혼자 살면 편하고 자유롭다. 눈치 볼 사람 없고 책임져야 할 무게도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래도 되는 당연한 삶의 형태 중 하나가 된다. 지금까진 그랬는데...


지난주에 작은 언니 시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어제는 친한 언니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두 집 모두 딸 부잣집이어서 장례식장은 손님이 없는 시간에도 가족들이 북적북적했다. 특히 어제 장례식장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압도적으로 화려했다.


장례식장이 화려해 봐야 돌아가신 분에겐 아무 의미 없는 것 아닌가? 했었는데 길게 늘어선 꽃길(근조화환 길)을 걸어보니 마음 한구석에 소란이 일었다.


두 어르신은 노환으로 돌아가셨고 가족들에게 큰 충격이 아니어서인지 장례식장 안은 울음소리보다는 오히려 웃음이 많고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자식이 넷인 부모님의 장례식도 이럴까?


이모처럼 혼자 살 거라던 작은 조카는 할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오더니 자기는 꼭 결혼해서 아이를 많이 나을 거라고 했다. 두 달 후면 결혼하는 큰 조카는 절대 자식을 외롭지 않게 할 거라며 둘 이상 나을 거라고 했다.


큰 조카의 결혼식에 입을 한복을 맞추러 갔다 온 엄마는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셨다. 평생 혼자 살 것처럼 지인들의 선자리 주선을 매번 거절하고 있는 나를. 최근까지도 막내딸을 ‘아가!’라고 불렀던 엄마니까, 아직도 엄마한텐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 같을 테니까. 내가 혼자 사는 동안 끊임없이 걱정을 내려놓지 못할 엄마의 통증이 느껴져 짠해지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처음으로 혼자 사는 게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장례식장에 가기 전에 잠시 들렀던 은행나무길에도 나만 혼자였다. 둘씩 셋씩 모두 짝이 있는데 나만. 가족모임에 가도 나만 혼자다. 각자의 가족들과 앉아있는 상에 내가 낄 자리는 없다. 그래도 괜찮았는데, 그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는데.




두 번의 장례식에 다녀왔고 이제 한 번의 결혼식이 다가오고 있다. 거기에도 나는 혼자 가게 되겠지. 혼자 사는 이모가, 고모가 좋은 조카들은 서로 옆에 앉겠다고 경쟁하겠지만 그래도 집에 가는 길은 여전히 혼자일 거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고 불편하지 않으니까 계속 혼자여도 될까? 결혼식은 건너뛴다 해도 장례식에 혼자인 건 괜찮을까? 괜찮은 게 괜찮긴 한 건가?


혼자여도 괜찮았는데... 처음으로 혼자인 게 불편해진다.




사진 / 다시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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