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지금 무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는가?
원하는 것 가까이 갔는데 물음표를 찍게 되지는 않았는가?
분명 그것을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욕망하고 있던 것이 다르다는 걸 경험한 적 없는가?
내가 원하는 것과 내게 진짜로 필요한 것은 다를 수 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어? 여기가 아닌데?”라며 헤매기를 반복할 수 있으니까!
가장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은
의식 차원의 욕망만이 아니라 잠재의식 차원의 욕망도 갖는다.
주인공이 원한다고 믿는 것은
실제로 잠재의식에서 욕망하는 것과 반대다.
로버트 맥키, <시나리오란 무엇인가>
좋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깊이 공감하고, 주인공을 응원하며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주인공의 욕망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가 의식 차원에서 욕망한 것을 이루기 위해 ‘삽질’하는 동안 그가 잠재의식 차원에서 욕망하는 ‘진짜 필요로 하는 것’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비로소 그것을 깨닫고 변화하는 주인공의 삶을 지켜보며 그 마음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어서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마침내 방송작가라는 직업군에 들어가 작가의 삶을 체험하고, 좀 더 깊이 있는 글을 써보겠다며 영화와 드라마 세계에 발도 담가보고, 그것도 원하는대로 되지 않아 지금의 글쓰기를 하게 됐다. 그렇게 계속 돌고 돌면서 헤맸던 이유는 시나리오 속 주인공처럼 ‘내가 원한다고 믿는 것과 잠재의식에서 욕망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글을 써서 작가가 되는 것만이 유일한 욕망인 것처럼 내가 가진 많은 시간과 노력과 일상적인 삶마저도 쏟아부었지만 나는 여전히 작가가 되지 못했다.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절망이 내 감정을 지배하고 거꾸러질 때쯤 글을 쓰는 진짜 이유, 글을 통해 얻고자 했던 진짜 욕망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곁에서
‘괜찮은지’ 물어봐 주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되려고 글을 쓰는 줄 알았는데, 글을 쓰면서 위로를 받았고 매 순간 내게 괜찮은지 물어봐 준 것이다.
작가가 되려고 글을 쓰는 줄 알았는데, 글을 쓰면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걸 깨닫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잠재의식마저 깜빡 속을 만큼 오래.
작가가 되지 못해 안달이 나고, 실패한 인생은 아닌지 지난날을 후회하고, 포기할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아닌지 의심하고, 그러다가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내가 진짜 필요로 한 것이 무엇인지 몰라 ‘삽질’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삽질의 본질이 ‘위로’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면서 글쓰기는 위로를 넘어 기쁨이며 사는 이유가 됐다.
어쩌면 나만을 위한 글쓰기로 끝날지도 모를 지금까지 쓴 글들이 주인공의 삶을 응원하고 동참하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눈에 든다면 더 좋겠지만, 단지 맞춤형 비서이며 남편이라고 해도 나를 살아가게 하고 계속 나아가게 하는 한 글쓰기와 이별할 생각이 없다.
그동안 위로해 주고 괜찮은지 물어봐줘서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몰라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지금의 글쓰기는 작가로 가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 위로이며 안식이고 절친이다.
원한다고 믿는 것과 진짜 필요한 것이 달랐지만
글쓰기가 내 곁에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뒤늦게라도 글 쓰는 이유를 알게 돼서 다행이다.
글이 주는 위로를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는 위로여서,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위로여서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 어른의 Why?
화 : 오늘보다 행복한 날은 없는 것처럼
수 :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목 :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금 :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토 : 오늘보다 행복한 날은 없는 것처럼
일 :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