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3
설 연휴가 끝나가는 2월 18일 오후,
브런치로부터 희소식(?)이 날아왔다.
그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나는 왜 아닌지 서운하기도 했고, 브런치에 들어올 때마다 배지가 달릴 자리를 확인하곤 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원하던 게 이루어졌다.
그런데 무턱대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었다.
훈장을 달고 보니 마음 한구석에 커다란 돌덩이가 얹힌 것처럼 무거웠다. 이제 나는 에세이를 누구보다 잘 쓰는 창작자가 되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100kg짜리 추를 달고 매달린 느낌이었다.
브런치에서 어떤 기준으로 스토리 크리에이터를 선정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공식 에세이 크리에이터가 됐다. 완장을 달면 어깨가 올라가고 으쓱해질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전보다 더 잘 쓰지 않으면 독자가 떠날 것 같은 두려움, 더 잘 쓰지 못하면 배지를 뺏길 것 같은 불안감이 따라붙었다. 독자가 떠나면 다시 붙잡으면 되고 배지를 뺏기면 다시 달면 되는 것을, 배지가 대체 뭐라고 나를 이렇게 옥죄는지 원.
겨우 열흘 된 신생아 배지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배지는 나에게 일어설 힘을 주었다. 불현듯 새 브런치북에 대한 영감이 떠오른 것이다.
욕조가 넘치는 걸 보고 ‘유레카’를 외쳤다는 아르키메데스처럼, 샤워를 하던 나는 앞으로 쓰게 될 책의 제목을 떠올리며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제목이 있어야 글쓰기가 수월한 내게 문득 떠오른 한 문장은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에 걸맞은 작가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 될까? 배지로 인해 내 글쓰기가 달라질까?
누구나 달 수 있는 배지이지만 유독 내게만 인색하다고 생각했던 브런치가 주는 훈장. 그 훈장의 무게와 의미가 그냥 지나쳐도 상관없는 별것 아닌 명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위에 온갖 의미를 얹어 더 무겁게 만들어보고 싶다.
어쩌면 이 배지는 50대에 접어들며 주춤하는 내게 마음껏 쓰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상상하라고 건네준 첫 선물일지도 모른다. 독자들과 더 가까워져 그들의 삶을 공감하고 위로하라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작은 배지에,
앞으로 써 내려갈 다채로운 시간의 무게를 차곡차곡 얹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