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실패를 통과하는 일
성공한 사업가들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같은 시기에 시작한 스타트업 10곳 중 9곳이 실패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바꿔 말하면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사례는 사실 10곳 중 단 1곳의 이야기였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실패한 나머지 90%의 수많은 사업 이야기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사업이 실패했다면 그 과정은 더 이상 이야기할 가치가 없는 것일까요?
제 주변에는 유독 직장인보다 사업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식업부터 교육업까지 분야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자신만의 사업체를 꾸려나가고 있지요.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다 보면, 사업을 일궈간다는 것에 대해 로망보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더 깊이 체감하게 됩니다.
오래전 사업을 하셨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늘 출장이 잦으셨고, 어쩌다 가족들과 외식을 나가도 전화 때문에 밖으로 왔다 갔다 하기 일쑤였습니다. 한참 동안 들어오지 않으시는 아버지를 모시러 나가면, 아버지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화를 내며 전화를 받고 계셨습니다. 사무실에 놀러 가면 회의 중에 줄담배를 피우시던 모습도 기억납니다. 그 당시에는 실내 흡연이 가능했던 시절이었지요.
제 남편 역시 사업을 하고 있고, 가장 친한 친구 또한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었습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는 작은 사업체의 특성상, 점점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가까운 입장에서 그들을 보고 있자면, 대중이 흔히 생각하는 '멋지고 돈 많은 사업가'의 이미지와는 멀게 느껴집니다.
화려한 성공 신화에 가려진 이토록 고단한 사업가들의 현실을 낱낱이 공감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례가 있다면 어떨까요?
콘텐츠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퍼블리(PUBLY)'를 창업했던 박소령 님은 10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며 콘텐츠 소비 생태계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10년 만에 본인의 손으로 시작했던 사업을 매각하고 대표직을 사퇴합니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바로 그 10년간의 기록입니다.
그녀는 사업을 운영하며 겪었던 수많은 선택과 그 이유를 최대한 담백하게 풀어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선택들을 돌아보며 떠오른 생각들을 기록해 두었죠. 이 기록들은 그 어떤 경영서보다도 솔직하고 내밀하게 느껴집니다. 규모의 차이는 있겠으나, 그녀가 그려낸 물리적·심리적 변화와 고민은 자신만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모든 사장님과 분명 맞닿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지만, 실패를 통해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실패를 돌아보는 핵심 이유일 것입니다. 박소령 님 역시 자신의 지난 선택들을 처절하게 되짚어 보며, 남들은 보지 못했던 자신의 실수가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하며 실패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분석의 끝에서 그녀가 강조하는 핵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창업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의 모든 결정에 연동된다.
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어야만 후회를 최소화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는 꼭 사업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진솔한 대화는 삶에 들이닥치는 풍파 속에서도 덜 흔들릴 수 있는 기반을 다져주기 때문이죠.
과거의 잘못된 결정과 경험에서 얻은 가르침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그녀의 용기가 참으로 귀하게 느껴집니다. 이토록 내밀하고 현실적인 인생 레슨을 책 한 권 값으로 얻어도 될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이지요. 무엇을 하든 우리는 잘못된 전략을 세우거나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실전에서 부딪히고 깨지며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실패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그 과정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2014년 소치 올림픽을 마친 후, 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힘든 훈련 과정을 버텨낸 자신을 토닥이며 후련하게 은퇴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박소령 님이 실패의 순간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힘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버텨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매번 성공할 수 없습니다. 실패는 어쩌면 우리가 거쳐야만 하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지요. 책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의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이기는 방법보다 패배하는 방법에 따라 최종적인 가치가 정해지는 겁니다."
실패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콘텐츠를 사랑하는 저자의 안목 덕분에 이 책은 만화부터 다큐멘터리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어 읽는 재미가 더해집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전하는 실패에 대한 그녀의 메시지는 매우 일관되고 명확합니다.
성공 스토리가 우리를 주눅 들게 하는 세상이지만, 다행히 요즘은 패배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SNS에서도 완성된 모습보다는 좌충우돌하며 실패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분들의 노력에 사람들이 응원을 보내는 모습은 참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이러한 흐름에 올라타 창업을 꿈꾸거나 인생의 실패에 지친 분들, 혹은 매일매일 버텨내느라 마음이 메말라가고 있을 모든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책에서도 인용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연설처럼, 모든 명예는 결국 경기장 안에서 땀과 피로 얼룩진 채 반복해서 실패하면서도 용감하게 나아가는 사람의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