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도 내 인생이니까, 주도적으로 일하기로 선택하다.
막둥이를 신경 쓰기엔 지쳐버린 부모님, 일찍이 어른이 된 7살 터울인 대학생 언니. 무신경 속에 자라온 나는 꽤 자유로웠고, 의도치 않게 내 삶을 온전히 스스로 책임져야 했다. 입시 경쟁이 치열했던 강남 8학군에서 나 혼자 입시 학원을 찾아 나섰고, 스스로에게 잘 맞을 것 같은 학원을 직접 골랐다. 혼자 수많은 학원을 알아보면서 정보를 찾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고, 나와 맞는 학원을 고르는 기준도 생기게 됐다. 이 과정을 온전히 직접 겪어오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생긴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답하며, 깨닫고, 행동에 옮기는 과정을 겪으면 남 탓을 하지 않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다. 사실 탓을 돌릴 대상이 나밖에 없었다. 내가 보고 듣고 느꼈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했고, 많이 고민했기에 후회도 남지 않았다. 10대 시절의 경험들은 ‘결국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일 수밖에’라는 당연한 말을 가슴속에 새기게 만든다.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말은 당연한 말이 됐지만, 일할 때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하면 ‘내 회사도 아닌데 왜 주인처럼 일해?’라며 버럭 화를 내게된다. 왜 회사에서는 나로 중심을 두고 주체적으로 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됐을까? 어려운 질문에 대해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에이전시 업계에서 스타트업 업계로 옮기며 실험하기 시작했다.
커리어도 내 인생이니까.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일터에서도 주도권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회사의 주인은 정말 내가 아니니 관점을 바꿔야 했다. 회사라는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일의 주도력만 가져와 보자.' 손발이 묶인 것 같은 수동적인 쪽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피하는 쪽이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하며 일의 주도력을 우리 쪽으로 끌고 오자는 것이다.
수동적으로 일할 때는 온갖 불평/불만/핑계를 대기 바빴고, 내 일이라 생각하지 않으니, 겉핥기식으로 일을 대충 하게 됐다. 누군가에게 내 일을 명확하게 소개하지도 못하는 뻔한 결과가 눈 앞에 펼쳐지니, 스스로 마음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릴 적 늘 욕하던 실력 없는 아마추어가 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회만 오면 내가 하고 싶다며 손을 들기 시작하자 없던 책임감이 켜켜이 생기기 시작한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온 진심을 다해 일을 진행한 덕분에 다양한 곳에서 일을 맡겨주셨다. 결국엔 정말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싶었던 동료와 일하며, 운 좋은 성과도 얻게 된다. 일의 주도력만 가져왔을 뿐인데 성과와 더불어 좋게 봐주는 동료들의 신뢰까지 쌓게 되는 경험을 한다니. 더 이상 나에겐 주도력을 가져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내 커리어의 핸들은 누가 잡고 있을까? 어떤 조직에 의해, 어떤 사람에 의해 움직이진 않던가? 어떤 게 좋을지는 결국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잠시 브레이크를 밟고, 스스로에게 충분히 묻고 답하며 결정하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