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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과 힘듦의 연속에서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예상치 않는 낯선 곳에 가닿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

by 안차

2024년은 매 순간이 예상치 못한 낯선 곳으로 가닿았다. 늘 행복과 기쁨은 찰나에 스쳐 갔고, 지나간 자리엔 고통과 슬픔이 불쑥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지막 조직이라 생각하며 잘 맞았던 조직을 두고, 큰 결심을 통해 이직을 한 곳은 10년 커리어 중 가장 짧게 다니게 된 일. 2주 이상 쉬어본 적 없이 10년 내내 일에 미쳐있던 나에게 무소속 상태로 자립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 인생 처음으로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실을 들어간 날.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픔과 이별. 말도 안 되게 화가 나고, 가슴이 미어지던 다양한 세상의 소리. 연말쯤 되니 더 이상 다음의 힘듦이 오지 않게, 시간이 잠시 끊어졌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그러면서 세상은 왜 이리 아름다운가?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소감 중-


상황과 마음은 한 갈래가 아니었다. 강물과 같이 여러 갈래에서 합쳐지고 나눠지기도 했다. 개인적인 커리어와 삶, 그리고 세상일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렇다가도 시간이 지나니 저래 되고,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것은 계속 변화한다. 모두 그런 양면성을 띠며 살아간다. 늘 확실하거나 딱 떨어진 답을 선호했던 나는 어른이 되어갈수록 알다가도 모르겠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복잡 미묘한 감정을 다루기 위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날이 많아지게 된다.


이러한 불확실한 시대에 수많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속으로 마주하게 됨에 따라 내 세상은 더욱 혼란스럽고 복잡해졌다. 매년 연초에는 새로운 마음을 지니고 거창한 목표를 세우곤 했지만, 이번 연도는 그러고 싶지 않더라. 올해만큼은 원대한 목표를 이뤄내려 조급하게 애쓰기보다, 작고 반복되는 일상을 소중히 가꾸며 천천히 건너가고 싶다.


이런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며, 두 팔 벌려 끌어안는 것.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내 삶을 단정하게 가꾸는 것. 마지막으로 오늘 내가 충실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밝은 쪽으로 바르게 나아가자는 신념을 가지는 것뿐. 나 그리고 내 주변부터 밝혀줄 수 있도록 남아있는 희망을 저버리지 말아야지. 연초 생각의 정리를 도와준 한강 작가님, 트루스 소정님, 안중근 의사의 말을 소화하며 다시 다짐해 본다.


일이 복잡할수록 생각을 더 하지 말고, 스스로 덮을 수 있어야 한다. 더 밝은 빛으로 어둠을 걷어내야 한다. 이 상황에서 가장 바른 것은 무엇일까? 바른 생각을 해보자.

-트루스 윤소정님의 말 중-


춥고 어두울지언정 느리고 더딜지라도 밝은 곳으로 바르게 가야 한다. 불을 밝히면 사람들은 반드시 모인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서로 불을 들고 함께 걸어갈 것이다.

-영화 하얼빈 안중근 의사의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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