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관련 상품은 할부가 안되나요?
출국까지 3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기간 만료 여권 갱신, 항공권 구매, 숙소 예약 등 하나씩 준비해나간다. 네이버의 '캐나다워홀카페'를 통해 이미 정착에 성공한 워홀러들의 생생한 후기를 참고하며 밴쿠버 입국 후 해야할 것들을 리스트업 해나가는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SIN 넘버 발급, eSIM 개통, 통장/카드 개설, 운전면허증 교환 등 자잘한 것들은 쉽게 정보를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11월을 끝으로 9개월 동안 근무해오던 햄버거 가게를 그만두기도 했고, 6개월 동안 독립출판 및 포토그래퍼 활동을 한다고 마케팅비, 행사 참가비 등의 명목으로 워홀 자금에서 야금야금 꺼내 쓰다보니 자본금 300만원이 남아있었는데, 거기서 다시 한번 야금야금 갉아먹는 중이다.
아직 장기 해외여행자보험 2년짜리 결제를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최소 6개월 무이자 할부를 노리고 있었으므로 26년 1월이 되자마자 결제할 생각이었다. 간만에 보험금 비교 사이트를 들어가서 조회해보니 왜인지 모르게 1달 전 보험료를 조회했을 때보다 비용이 상승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출국일이 가까워질수록 보험료가 비싸진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으나, 어디서 들어본 듯한 말인 것 같다. 다만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는 것. 조급해진다. 카페에서 지갑을 꺼내 예정에도 없던 보험 가입을 위해 카드를 꺼내든다.
가입 기간은 2년. 2026-01-20 ~ 2028-01-19로 잡았다. 상품은 3종류가 있는데 가장 저렴한 기본 모델로 선택 후 결제한다.
어라...? 할부 선택 창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은행사를 선택해도 똑같다. 아... 해외 관련된 상품은 전부 일시불로 해야 하는건가? 다행히도 카페 제휴 프로그램이라 10% 요금 할인(최대 30,000원 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 590,000원에서 3만원 할인 받아 560,000원으로 결제했다.
계획이 일그러졌다. 6개월 무이자 할부로 결제해야 캐나다에 도착해서 어느정도 자금의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을 터였다. 숙소 결제도 그렇고, 항공권 결제를 위한 외화 구매도 일시불로 진행했다. 그때도 재정난이었는데... 큰일났다.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
뜬금없이 티웨이에서 밴쿠버 편도 항공권 얼리버드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내가 구매한 항공권은 약 400,000원 정도였는데. 56,400원이나 저렴한 가격을 보고 충격 먹는다.
물론 상세 내용을 보면 추가금이 더 붙기는 하겠지만 구태여 보지 않기로 한다. 괜히 마음의 상처만 남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하찮은 일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분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어디서도 한 달밖에 시간이 없는 사람을 어디서도 써주지 않는다는거다. 33살(예비)의 나이도 한 몫하는 듯하다.
구직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물류센터에서 장,단기로 근무할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모집 요강에는 내일 하루만 근무하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담당자에게 한 달 가량 일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현장 담당자와 논의해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아하. 새로 들어온 사람과 같이 일해보고 현장에서 더 일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 같다. 수화기 너머의 인사 담당자는 매우 온화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근무 시 필요한 것들을 안내해주었다.
물론 몸을 쓰는 일이 쉽지 않다. 알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급한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든 적응해나간다. 나는 오히려 이처럼 선택지가 제한된 환경을 선호한다. 빠르게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햄버거 가게에 좀 더 붙어있다가 나왔어야 하나라는 생각은 쉬이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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