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 버려진 꽁돈 줍기
종종 영수증을 보면 Deposit 이라는 항목으로 추가금이 붙은 걸 확인할 수 있다. 0.15$, 0.25$ 2종류로 찍히는데 그리 큰 금액이 아니라서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 Deposit이 1달러를 초과하게 되면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찾아보니 캘거리에서는 소비자가 Drinkable 제품을 구매할 때(PET 음료 또는 우유 등) 보증금을 청구하는 제도가 있었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Bottle Depot에서 공병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걸 이때쯤 알게 됐다.
쉐어하우스라 다른 친구들과 주방을 공유하는데, 간혹 분리수거함에 우유 곽이나 PET가 담겨 있는 장면을 자주 본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나도 4L 우유 PET를 버렸는데, 엄청난 무지였다는 걸 꺠달았다. 자그마치 0.25$를 내다버린 것이다. 이후 공병을 보면 악착같이 모으고 있다.
Map을 보고 찾아간 Bottle Depot.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트렁크에서 엄청 큰 검은색, 흰색 봉투 무더기를 들고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고작 10개 정도인데.
자동문을 지나니 시큼한 쓰레기 냄새가 코를 파고 든다. 1~10번까지 창구가 있는데, 적당히 줄 서 있으면 창구 직원이 버튼을 눌러 창구 번호를 띄운다. 그때 번호에 맞춰 창구로 이동하면 된다.
수거 가능 품목은 'Drinkable'이라고 한다. 플라스틱 세제통, 간장 유리병, 핫초코 가루 통 등 음료가 아닌 공병은 수거하지 않는다고 한다.
홈페이지에서도 자세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데, 영어로 적혀 있어 간단히 패스하고 센터 직원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제일 확실한 방법은 내가 구매한 상품의 영수증에서 'Deposit'이라는 항목이 추가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직원에게 공병 제출을 마무리하면 바코드가 찍힌 영수증 하나를 받게 된다. 이걸 들고 구석에 놓인 ATM에 대고 스캔하면 된다. '짤그락' 소리를 내며 영수증에 적힌 금액 그대로 동전이 튀어나온다. 적게는 10센트부터 25센트까지 용기 크기에 따라 보증금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Deposit은 물건을 구매할 때 세금처럼 적힌 항목이라 잘 몰랐는데, 조금만 부지런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무엇보다 절차가 쉽고 간단해서 외국인인 나조차 언어의 장벽을 거칠 필요없이 단번에 해결했다. 조만간 부자되겠는데?
남들이 버린 공병도 받아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매주 틈틈이 40Km 러닝을 하고 있는데, 달리다보면 자주 길가에 버려진 음료 캔이나 PET를 발견하게 된다. 러닝 리듬을 망치고 싶지 않아 지나쳐왔는데, Bottle Depot을 알게 된 후로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혹시 모르니 시도는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집에 가져와서 세척 후 건조시킨 다음 한꺼번에 센터로 가져갔다.
3주 동안 꾸준히 모은 공병들을 들고 센터에 방문했다. 길거리에서 수집한 것들은 이미 찌그러졌거나, 겉면이 손상되어 지저분했다. 게다가 쉐어하우스 분리수거통에서 취득한 4L 우유통 바닥은 지워지지 않는 시커먼 때가 묻어있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센터 직원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전부 수거해주었다.
총 21개의 공병을 반납하고 받은 돈은 3.75달러. 버스표 1장이 4달러인 것을 생각하면 손해다. 그러므로 다운타운에 올 일이 있으면 몰아서 한번에 처리한다. 그렇게 하니 버스비가 아깝지 않고, 공병 수거비가 꽤 쏠쏠하게 느껴진다.
혹시나 해서 간장 소스병도 수거가 가능한지 물어봤는데, 직원은 단칼에 'No!'라고 대답했다. Drinkable Bottle만 수거 가능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이로써 길을 걷다가 공병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주울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 의도치 않게 환경을 살리는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간장 소스 병은 길거리에 설치된 블루 박스 안에 고이 넣어주었다. 어디에 쓰일지는 모르겠으나, 길바닥에 버리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한국과 캐나다의 분리수거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름 열심히 PET, 비닐, 유리병 등 분리수거를 하지만, 재활용률이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은 든다. 캐나다에서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 보증금을 청구하고, 공병을 반납할 때 100% 반환해주는 것을 보니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신뢰가 든다. 보이지 않는 정부와 소비자 간의 신뢰 관계가 솔직히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