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05_밴쿠버 숙소 확정

얄팍하게 가려진 세금을 제대로 확인할 것

by 안승환

세계여행을 하면서 도미토리를 반강제적으로 이용하다보니 몸에 배었다. 다른 사람들과 침대를 공유하지는 못하더라도 공간은 쉐어할 수 있다. 화장실, 주방, 거실 등도 문제없다. WiFi 사용이 가능하고, 영어를 못 하더라도 적당히 웃어넘기면 대충 대화가 되는 척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놀랍게도 그 안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좋다.

같은 생각으로 캐나다 밴쿠버 숙소를 찾아봤다. 시내 평균 숙소 가격은 10일 기준으로 50만원이 넘었다.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니 무슨 숙박비가 이렇게 비싸? 멀리 떨어진 곳을 찾다가 10만원대에 묵을 수 있는 숙소 2곳을 발견했다. 그럼 그렇지. 나에게는 호화로운 공간이나 서비스가 필요한 게 아니다. 단지 머무르면서 일을 구할 수 있는 임시거처가 필요할 뿐이다. 시설이 낙후되어 있어도 상관없다.

이미 밴쿠버에서 머무르고 있는 지인과 DM을 주고 받는 중이었다. 워홀에 대한 꿀팁을 얻어가며 숙소를 훑어보고 있다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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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및 기타 요금에 붙는 숫자는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분명 숙박비는 178,910원인데 말이다. 에러라도 났나? 새로고침 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다른 숙소를 뒤져봐도 모두 비슷하다. 오히려 처음 봤던 50만원짜리 숙소에 세금이 10만원이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10만원대 다른 숙소도 찾아본다. 여기도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40만원이 넘는 금액이 조회된다.

아... 그렇구나. 꼼수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숙소 가격을 낮게 책정해서 가장 낮은 숙박비 리스트에 올리고, 세금을 별도 가격으로 청구하여 추가금을 받는 것이다. 이걸 사기라고 해야하나. 참 애매하다.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꼼꼼히 보지 않았더라면 된통 당할 뻔했다.

급하게 에어비앤비를 켜서 숙소 조건을 설정한다. 동일하게 10일 머무는 조건으로 검색했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가장 저렴한 숙소를 하나 발견했다. 484.90CAD라는데 아직 캐나다 화폐에 대한 감이 없어서 어느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환율 계산기에 값을 넣어보니 약 50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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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를 완료한다고 바로 승인 나는 게 아니라, 호스트가 승인을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조금 기다리니 메세지가 하나 도착해 있다. 호스트에게서 온 건데, 대략적인 숙소 위치를 알려줬다. 숙소 확정 처리가 되어야 상세 주소를 조회할 수 있나보다. 지도에서 조회한 위치가 제대로 된 위치가 아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검색 페이지에 나온 위치와 확정 후 조회된 숙소 위치가 조금은 달랐다. 뭐 그래봐야 같은 라인에 있어서 큰 문제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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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도착해서 일을 구하기 전까지 버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모은 돈은 고작 300만원 조금 넘는 정도. 이마저도 다음 달 카드값 + 여행자보험 가입 등등 돈 나갈 구석이 너무 많다. 신용카드로 팍팍 긁어서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런데 외화 결제는 할부가 안되는 모양이다. 일시불로 결제가 되어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혜택이 많은 체크카드로 결제하는건데... 뭐, 1월 중순까지 무료 예약 취소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으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방을 구하니 이제 좀 한국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설레거나 두렵거나 하지는 않다. 다만 빨리 정착해서 그동안 밀린 이야기 + 자기계발 +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 영어를 제대로 틔어놓아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기에, 워홀은 내게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하거나 도피로 가는 게 아닌 것이다. 나 좀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 마인드로 버텨야지.


2026 캐나다 밴쿠버 마라톤 포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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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내가>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소재인 러닝의 마지막 콘텐츠. 그건 바로 매년 5월 밴쿠버에서 열리는 밴쿠버 마라톤이다. 오늘 아침에 러닝하다가 생각났는데 밤이 되어서야 사이트에 들어가니 이미 접수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저번 달 완주했던 서울 JTBC 풀코스 마라톤 경험을 성장시켜 이번에도 풀코스를 접수할 작정이었다. 매년 그래왔듯 5월 첫째 주 일요일에 진행한다고 한다. 2026년 5월 3일 일요일이 대회일이다.

하지만 가격을 보고 잠깐 고민하다가 포기했다. 228.05 달러. 캐나다 달러가 아니라 미국 달러다. 35만원 정도란다. 하하... 캐나다 워홀 자금도 모자란데 이걸 감당할 자신이 없어 깔끔하게 포기했다.라고 하면 정말 멋지겠지만 너무 아쉽다. 여하튼 또 돈이 문제다. 여기에 쓸 돈이면 워홀 비용에 보태서 생존에 투자하는 게 맞다는 빠른 결단이 섰다. 차라리 이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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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적당히 찾다보니 Volunteer라는 게 있네??? 그래. 선수들을 위해서 생수를 보급해주고 응원까지 해주는 자원봉사도 있었지. 돌이켜보니 그들이 없었으면 러너들은 완주를 향해 달려나가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입장 바꿔 이번엔 내가 러너들을 도와줘보면 어떨까.

다행히 자원봉사 참가비용은 따로 받지 않는 듯하다. 자원봉사 종류도 정말 많다. 생수 보급, 메달 전달, 뒷정리 기타 등등. 읽히지 않는 영단어가 많은 탓에 대충 흘려 넘긴다. 이 시점이 되더라도 영어가 유창하지는 않을 것 같아 '8KM 지점에서 생수 보급' 포지션을 선택했다. 최하단에 약관 동의하는 내용이 있는데 괜시리 번역기를 돌려 내용을 확인해봤다.

'Covid-19 등 상해 및 질병 등이 발생하더라도 고소 및 소송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타인을 돕겠다고 한 거였는데, 약관 내용이 너무 강압적이라 망설여진다. 하지만 이 정도는 해야 주최측에서도 꾸준히 대회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아... 복잡하다. 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겠지. Submit을 눌러 최종 신청서 제출을 완료한다.

신청 완료 후 이메일을 받았는데 주최사 사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포지션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한다. 제발 그러지 말아줬으면.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단 말이다.

아, 봉사 완료 후 그 다음 주 주말에 혼자 풀코스를 뛰어볼 작정이다. 현장 분위기를 먼저 맛보고, 그걸 원동력 삼아 나혼자 마라톤을 하려고 한다. 이미 올해 7월 도쿄에서 32KM를 그렇게 완주해봤으니 그다지 어색한 이벤트는 아니다. 어떻게든 완주만 하면 된다.


* 본 도서는 작가의 주관성 보존을 위해 부득이하게 댓글을 막았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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