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늘 아무 일도 없는 얼굴로 시작된다

누군가는 더 가져가고, 누군가는 물러났다

by 김현규 Sean

지금 생각해보면,

문제가 시작된 순간을 정확히 짚기는 어렵다.

특정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 크게 소리를 낸 날도 아니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회의 자리에서 질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자연스럽게 나왔을 질문들이,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아졌다.


“이건 왜 이렇게 정해진 거죠?” 대신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가 먼저 나왔다.


확인보다 동의가 빨라졌고,

의견보다 결론이 먼저 정리되기 시작했다.


회의는 더 빨리 끝났지만,

회의실을 나서는 표정은 전보다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업무를 나누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일단 해볼게요.”라는 말을 더 자주했다.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일을 더 가져갔고,

누군가는 조용히 자기 영역을 줄이고 있었다.


그 변화는 공식적으로 이야기된 적은 없었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모두가 느끼고 있는 분위기였다.

사람들 사이의 거리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회의가 끝나면

사무실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대화가,

점점 각자의 자리에서 따로 끝나는 일이 많아졌다.


누군가는 말을 아꼈고,

누군가는 분위기를 넘겼고,

누군가는 굳이 더 묻지 않았다.


큰 갈등은 없었지만,

미묘하게 바뀐 공기가 분명히 생기고 있었다.

나는 그 변화를 보고도,

크게 문제라고 부르지 않았다.


바쁘면 다들 예민해질 수 있고,

프로젝트가 겹치면 분위기가 날카로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지금은 다들 피곤해서 그렇겠지.”

“조금 지나면 다시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이게 단순한 피로 때문만은 아니라는 느낌도 계속 들고 있었다.

가장 불안했던 건,

아무도 이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누군가는 이미 조심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미 한 발 물러나 있었고,

누군가는 이미 더 많은 책임을 떠안고 있었는데,


그 누구도 그 상황을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마치 모두가,

‘지금은 이 이야기를 꺼내면 더 복잡해질 것 같다’는 걸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늘 이렇게 시작된다.


누군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먼저 말을 아끼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데,

안쪽에서는 이미 서로의 기대와 역할이 달라지고 있는 상태.


그때의 나는 아직 몰랐다.

이 조용한 변화가,

얼마 지나지 않아 훨씬 더 큰 결정을 요구하게 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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