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무도 모른다는 대답

by 김현규 Sean

1. 평소와 다르지 않게 시작된 하루


그날도 겉으로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업무 일정은 이미 잡혀 있었고, 사람들은 각자 자리에서 평소처럼 일하고 있었다.


누군가 급하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그날이 이렇게 기억에 남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 현장을 비운 시간


그 무렵, 나는 잠시 사무실을 비워야 했다. 이미 오래전에 잡혀 있던 외부 세미나 일정 때문이었다.


떠나기 전까지도, 조직 안에 큰 문제가 터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필요한 일들은 돌아와서 정리하면 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큰 걱정 없이 현장을 떠났다.


3. 돌아왔을 때 느낀 이상함


세미나를 마치고 복귀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평소와 다름없이 대했다.

인사도 했고, 업무 이야기도 이어졌고, 겉으로 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무언가 감추는 것 같은 분위기’가 더 낯설게 느껴졌다.


대화는 이어지는데, 정작 중요한 이야기들은 나오지 않는 느낌.

마치 어떤 주제는 의도적으로 건너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없는 사이에, 뭔가가 이미 정리됐구나.’


4. 뜻밖의 소식


잠시 뒤, 나는 한 직원의 휴직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사전에 어떤 상황 설명도 없었고, 구체적인 배경도 공유되지 않았다.

그저 결과만 전달받은 상태였다.


그 순간, 나는 꽤 당황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의 알지 못한 상태였다.

그저 평소와 다르지 않게 업무를 이어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5.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 자리


그 이후에도, 누군가 나에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회의에서도, 개별 대화에서도, 사건의 맥락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그 시점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은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누군가 나에게 직접 말해준 적은 없었다.

나는 중요한 판단이 오가는 상황에서, 설명도 없이 결과만 받아들이는 위치에 서 있었다.


6. 이해할 수 없었던 상황


그때의 나는, 무엇보다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관리하고 있던 조직 안에서 왜 내가 직원의 휴직을 전달받았는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그 직원이 무언가 큰 일을 겪은 건 아닐까 먼저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그래서 이렇게 급하게 자리를 비우게 된 건 아닐까.


적어도 그 순간까지는, 이 상황을 누군가의 문제나 갈등으로 보기보다는

사고나 위기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던 셈이다.


7. 아무도 모른다는 대답


답을 찾고 싶어서, 나는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던 직원에게 먼저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저는 몰라요.”


그 이후에도, 비슷한 질문을 휴직을 처리해 주었다는 상사에게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아무도 구체적인 상황을 이야기해주지 않았고,

누군가는 정말 모르는 것처럼 보였고,

누군가는 알고 있어도 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나는, 더 이상 묻는 게 오히려 사람들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은 지켜보자는 쪽을 선택했다.

상황이 조금 더 정리되면, 그때는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때의 나는 무엇보다

그 사람에게 정말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고 있었다.



8.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전환점


사람은 보통, 중요한 순간을 그 순간에는 정확히 알아보지 못한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날을

‘외부 일정 다녀와서 분위기가 이상했던 시기’ 정도로 기억하며 지나갔다.


하지만 임신한 아내의 건강검진을 위해 한국 방문을 하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됐다.


그 시기가, 내가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위치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 지점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 이후의 일들은, 이미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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