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자리가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을 존중하며 다음으로 가기 위해
이 글을 여기까지 써오면서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도,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도 아닌
나 스스로에게 답을 남기기 위해서.
돌아보면
항상 최선의 판단만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때의 나는
주어진 정보 안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선택했을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도망치듯 결정한 적은 없었다는 것,
그리고 책임을 외면한 채
시간을 흘려보낸 적도 없었다는 것.
상황이 흔들릴수록
나는 기준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사람을 먼저 보려 했고
조직을 가볍게 대하지 않으려 했고
말보다 태도로 남으려 했다
그 기준들은
늘 나를 편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어려운 선택을 하게 했고,
더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기준 덕분에
나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시간을 지나며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이 조직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일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뿐 아니라,
사람이 모여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조율과 책임 위에 서 있는지도 배웠다.
조직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현실적이었고
그래서 더 많은 배움을 남겼다.
이 경험은
앞으로도 내 판단의 기준으로 남을 것이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 앉아본 사람만이
그 무게를 안다.
당시에 이해하지 못했던 판단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선택이 왜 필요했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판단이 항상 옳을 수는 없지만,
그 판단을 감당하려 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존중하고 싶다.
그 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감당해야 했던 무게에 대해,
나는 지금도 진심으로 존중을 보낸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시간을 지나온 동료들이 있었다.
말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던 모습들,
각자의 방식으로 책임을 감당하던 장면들.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나 역시 이만큼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항상 편안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만큼 진짜였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들에 대해
감사로 남기고 싶다.
항상 옳은 판단을 하는 사람보다는
판단의 결과를 끝까지 감당할 줄 아는 사람.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되,
필요할 때는 한 걸음 물러날 줄도 아는 사람.
갈등을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갈등이 남기지 않은 것까지
조용히 책임질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상황이 나를 규정하게 두지 않고,
내 태도가 나를 설명하게 만드는 사람.
이 시리즈는
한 시기를 정직하게 통과했다는 표시다.
상처가 없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그 상처가
나를 왜곡하게 두지는 않으려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이렇게 남긴다.
원망이 아니라,
후회가 아니라,
감사와 정리로.
나는 이미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과 조직, 그리고 나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그 이해가 있다면,
이 시리즈는 여기서 충분하다.
그리고 나는, 이제 다음 장으로 갈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