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감당하는 자리에서

해외 법인을 맡으며 배운 운영의 첫 번째 원칙

by 김현규 Sean

해외 법인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


“대표님, 사람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맞는 것처럼 보였다.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사람을 바꾸면 될 것 같았다.

보고가 늦으면 태도의 문제 같았고,

실수가 반복되면 책임감이 부족해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문제는 대부분 사람이 아니라

설계되지 않은 구조였다.


1. 사람은 생각보다 합리적이다


성과가 안 나는 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인이 게으른 경우는 드물다.


대신 이런 특징이 있다.


무엇이 우선인지 명확하지 않다

의사결정 기준이 공유되지 않는다

중간 점검 지점이 없다

보고는 하지만 책임은 모호하다


사람은 자신이 평가받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평가 기준이 불분명하면,

결과 대신 과정에서 안전을 찾는다.


그때 대표는 말한다.


“왜 이렇게 소극적이냐.”


하지만 구조를 보면,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때가 많다.


2. 해외 법인은 더 복잡하다


베트남 법인을 운영하면서 더 선명하게 보인 부분이 있다.


한국 본사의 기대와

현지 조직의 현실 사이에는

항상 온도 차가 존재한다.


본사는 속도를 원한다.

현지는 이해를 원한다.


본사는 결과를 묻는다.

현지는 과정을 설명하려 한다.


이 사이에서 현지 책임자는

단순히 전달자가 아니라

번역자가 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기대는 빠른데

구조는 준비되지 않았을 때.


그때부터 사람을 압박하게 된다.

그리고 압박은 일시적으로 성과를 만들지만

구조를 만들지는 않는다.


3. 책임의 자리는 감정보다 설계에 가깝다


책임자가 되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자신의 감정이다.


억울함, 피로, 외로움, 분노.

모두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감정으로 조직을 운영하면

결정이 흔들린다.


책임의 자리는

감정을 억누르는 자리가 아니라

감정 위에 구조를 세우는 자리다.


이 일의 끝은 무엇인가

중간에 방향을 정해야 할 지점은 어디인가

누구에게 어떤 임무가 있는가


이 세 가지가 정리되면

사람에 대한 불만은 절반 이상 사라진다.


4.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구조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많은 조직이 사람을 바꾼다.


빠르고, 눈에 보이고,

당장의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는 일은 다르다.


책임자 스스로의 판단 기준을 바꿔야 하고

보고 체계를 바꿔야 하고

성과 정의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작업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해외 법인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사람을 탓하는 순간

책임자의 성장은 멈춘다.


구조를 설계하는 순간

조직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다.


책임의 자리가 힘들다는 당신에 묻고 싶다.


지금 당신 조직의 문제는

정말 사람 때문인가.


아니면

설계되지 않은 책임의 빈자리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