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정받고 싶었을까

외부의 평가와 내부의 기준 사이에서

by 김현규 Sean

해외 법인을 맡고 나서 스스로에게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이 있다.


성과가 나왔을 때보다

보고를 마친 후 본사의 반응이 없을 때 더 신경이 쓰였다.


“잘했다”는 한 마디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왜 인정받고 싶었을까.


1. 인정 욕구는 능력 부족에서 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인정 욕구를

자신감 부족이나 실력 부족의 문제로 해석한다.


그러나 법인을 운영하는 자리에서 느낀 인정 욕구는

조금 다른 구조였다.


그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 심리에 가까웠다.


해외 법인 운영은 늘 애매하다.


본사의 기대는 수치로 내려오고

현장의 현실은 맥락으로 설명해야 한다

성과는 공동의 결과지만

책임은 개인에게 귀속된다


이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확인받고 싶어진다.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신호.”


인정은 칭찬이 아니라

결정이 유효했다는 확인이었다.


2. 인정 욕구의 뿌리는 ‘위치의 불안’이다


해외 법인은 애초에 완전한 권한을 가진 구조가 아니다.


예산은 본사가 통제하고

전략은 상위 조직이 설계하며

실행은 현지가 맡는다


이 구조 안에서 운영자는

결정권자이면서 동시에 실행자다.


권한은 부분적이고

책임은 전체적이다.


이 모순이 쌓이면

내면에 이런 질문이 생긴다.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가.”

“내 판단은 존중받고 있는가.”


인정받고 싶다는 감정은

사실 존재의 안정성을 확인받고 싶은 욕구였다.


3. 인정 욕구는 비교에서 강화된다


해외에서 일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비교가 작동한다.


본사에서 진행 중인 사업들과의 성과 비교

숫자 비교

“왜 거기는 되는데 여기는 안 되는가”라는 질문


비교는 데이터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그 해석은 감정을 건드린다.


그 순간 인정 욕구는 더 커진다.


“적어도 나의 노력은 이해받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를 깨닫는다.


인정받고 싶어 질수록

판단이 외부 기준에 종속된다.


4. 인정받으려는 순간, 설계는 흐려진다


인정 욕구는 위험하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게 만들고

과장된 보고를 유도하고

불리한 데이터를 숨기게 만들며

구조 개선보다 결과 방어에 집중하게 한다


운영자는 어느 순간

조직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증명하는 사람이 된다.


그때부터 결정은 흔들린다.


5. 인정 욕구의 진짜 출처


돌이켜보면 인정 욕구의 뿌리는

외부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던 데 있었다.


나는 어떤 법인을 만들고 싶은가

1년 뒤 무엇으로 평가받을 것인가

나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이 질문이 정리되지 않으면

외부의 한 마디가 방향이 된다.


그때 사람은 인정받고 싶어진다.


자기 기준이 없을수록

외부의 평가가 나침반이 된다.

해외 법인을 운영하며 배운 것은 이것이다.


인정받고 싶다는 감정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감정이 판단 기준이 되는 순간

운영은 흔들린다.


책임의 자리는

인정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

기준을 세우는 자리다.

매거진의 이전글결과를 감당하는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