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사업가 아닌 사기꾼을 만나다.

겉모습은 천사, 마음속은?

by anchovy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겠지만 학원 사업이라는 건 특히나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학생 성적만 올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비를 내는 학부모와의 신뢰 및 관계 형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믿을만한 학원, 실력 있는 선생이 많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학원 경영에 필수 조건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강의 능력이나 인기가 많다고 해서 무턱대고 학원을 차리는 젊은 원장들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편이다. 강의력만으로도 본인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강사 때와는 달리 원장이라는 자리는 사업가적인 시선으로 학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성격이 지랄(?) 같더라도 제 때 월급을 주고 학원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며 성과에 대해 정확한 보상이 있는 원장이야말로 제대로 된 원장이라고 생각한다.

살랑살랑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분을 조심하세요.

하지만 실력 있는 사업가를 넘어선 입담 좋은 사기꾼 같은 분들도 존재한다. 이번에 얘기하고자 하는 분이 딱 그런 부류에 속하는데 참 좋아했던 분이라 더 아쉬운 마음이 든다.(나와 동성임. 이성 아닙니다. ㅎ)


그 당시 나는 이 분이 경영하시는 학원에 스카우트를 제의받고 전반적인 과학과 운영을 전담하는 조건으로 오게 되었다. 과학수업을 진행하지 않던 학원이다 보니 과학에 관련된 문서 한 장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맨 땅에 헤딩하는 상황이었는데 새로운 걸 개척할 수 있다는 희열 때문인지 더 의욕적이었던 것 같다. 목적에 맞게 반을 개설하고 자료를 정리해 교재를 제작하면서 점점 학생 수가 불어나는 걸 보니 정말 신이 나서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지고 말았다. 시도 때도 없는 원장실로의 호출과 폭언이 이어졌는데 내가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재떨이에 맞을 뻔한 적도 있었다. 또한 회식에 참석하지 않아 눈 밖에 나기도 했다. 학원 회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회식 참가비를 받는 데다가 회식 때 음담패설과 과음을 하는 원장 때문이었다. 그리고 학원 내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는데 어떤 선생은 신입 주제에 먼저 와서 인사하지 않아 기분이 나쁘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내가 왜 인사를 안 해? 볼 때마다 90도로 했는데? 도대체 눈이 없는 거야? 그리고 내가 그냥 신입도 아니고 일반 회사로 비유하면 경력 인정받아 과장 정도 직책 받아서 온 건데 건방지다는 둥, 왜 그렇게 텃세를 부리는지.


뭐 이런 건 진짜 별 일이 아니고.

진짜 사건은 돈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는 것이다. 내 페이는 비율에 따라 책정되기로 계약했기 때문에 수업이 많을수록 내가 얻게 되는 수익이 많아지는 것이었다. 근데 영 수 과목 시간표를 운운하며 수업을 못 늘리게 하는 것이었다. 또 내게는 낮은 수업료를 받는 것처럼 속이고 실제로는 더 많은 수업료를 받아 이득을 챙기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그리고 학원 수업 이외에 스펙 관리로 받은 수업료까지 중간에서 가로채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비로소 그만두고서야 알게 됐으니 내 실수다. 멍청이!


하지만 인과응보라고 했던가.

나보다 훨씬 더 똑똑한 다른 선생님이 이 원장에게 큰 곤혹을 안겨주셨다. 나 말고도 다른 분들에게도 수업료를 빼돌리는 수법을 썼는데 오랜 시간 횡령한 자료를 준비해서 소송을 걸었다고 한다. 상상도 못 하였던 일이겠지. 이 얘기를 전해 듣고 얼마나 통쾌했는지. 결국 그 학원은 간판을 내리게 되었다.


고마워요. 똑똑한 분. ^^ 한 수 제대로 배우고 갑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 술주정뱅이 진상 학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