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미스터리, 하루아침에 증발한 그녀

모든 게 거짓말이었던...

by anchovy


아르바이트가 아닌 본격적으로 강사를 시작할 때쯤, 대학을 휴학하고 함께 일하게 된 선생님 한 분이 계셨다. 현재 다른 학원들의 채용 형태가 어떤지 모르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재학생이나 휴학생이 파트 강사로 채용되는 건 흔한 일이었다. 이 선생님은 졸업을 1학기 앞두고 집안 사정이 많이 어려워 휴학을 하게 됐다는 데 서글서글한 인상에 밝은 성격이 참 예뻤던 분이셨다. 대학원을 마치고 일을 하는 나보다도 나이가 많았는데 아마도 집안이 어려워 여러 번 휴학을 했었던 같다는 짐작만 할 뿐, 직접 물어본 적은 없었다.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은 적다고 했지만 모 여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배우려는 자세와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부족한 경력이 상쇄되는 분이었다. 어찌나 상냥하고 따뜻한 성격이던지 학원 일을 하며 사회생활에 쓰디쓴 맛에 속상해할 때면 서로 다독이고 위로하며 도와주다 보니 단순한 직장 동료 아닌 친구 같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그런데 얼마 후, 학생에게 조금 이상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국어 선생님이 따로 불러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셨는데 불편하게 학원에서 수업하지 말고 집에서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는 거다. 혹시나 싶어 다른 학생들에게도 물어보니 비슷한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설마 이 선생님이 따로 개인 수업을 하려 하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것저것 의심되는 부분을 알아가고 있을 때, 부원장에게 개인 호출을 받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국어 선생님이 보충한 것에 대해 캐묻는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그러는 의도가 뭐냐고 물어왔다. 난 부원장에게 반문했다. 이렇게 묻는 의도는 뭐냐고.

부원장은 내가 국어 선생님을 모함하고 있다며 혹시 질투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다. 국어 선생님이 자기 뒤에서 내가 이간질을 하고 흠을 찾는 것 같다며 울면서 얘기한 모양이었다.

질투? 허...


실소가 새어 나왔다.


"뭘 질투하죠? 제 행동이 경솔했다면 국어 선생님께 사과드리겠습니다. 근데 저는 의심되는 상황에 대해 확인이 필요했던 겁니다. 지금 이 상황은 부원장님이 저를 오해하고 모함하시는 것 같은데요. 제 생각이 틀린 건가요?"


이 얘기에 결론이 뭐냐고?

이 사건이 있고 한 달도 되지 않아 국어 선생님의 반전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핸드폰 문자로 남자 친구와 지방에 내려가 살게 되었다며 오늘부터 나갈 수 없다고 통보 아닌 통보를 했다고 한다. 깜짝 놀란 원장이 황급히 전화했을 때, 이 번호는 없는 번호라는 음성만 듣게 되었으며 학원 취업 시 적었던 집 전화번호 또한 없는 번호에 재학 중이라는 학교에 연락해보니 그 이름을 가진 학생은 이미 졸업을 했고 졸업사진 확인 결과 우리가 아는 그 국어 선생님의 얼굴이 아니었다. 또한 그분이 제출했던 서류도 모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신분을 도용한 것이었다. 우리가 알던 그녀는 진짜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멘붕이었지만 가장 놀랬던 건 나를 의심했던 부원장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오해해서 미안했다는 사과와 함께 어떻게 국어 선생이 이상하다고 의심하게 된 거지 물었으니까.


경험 많은 원장, 부원장들도 이렇게 거짓말쟁이한테 뒤통수를 맞게 된다는 것이 오늘의 교훈!

무조건 믿지도 무조건 의심하지도 맙시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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