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겨주지 못해 미안해.
지금 얘기하려고 하는 학생은 서울에서 학군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지역에 살던 소녀이다. 동네 특성상 학원비도 저렴하고 학부모의 소득이나 교육 수준이 잘 사는 지역과는 격차가 있는 곳이었는데 그때 만난 '딸기'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물론 본명이 딸기는 아니다. 내가 장난처럼 붙여준 별명이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 '꿈빛 파티시엘'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엉뚱하지만 귀여운 면이 있는 녀석이라 이렇게 부르곤 했다.
근데 딸기에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보통 아이들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고
그런 아이들의 특성상 원초적인 욕구에 대한 억제가 되지 않았다. 학원에서 좀 잘생긴 남자애들만 보면 노골적인 눈빛 레이저를 쏘고 연애편지를 쓰거나 과자를 주기도 했다. (주로 양파링) 남자애들이 질색팔색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도 계속 미소를 지으면서 쳐다보는데 정말 같은 여자로서 창피할 정도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큰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그때는 갓 시험대비가 시작된 시기였는데 배고파하는 학생들에게 간식 좀 사 먹으라고 시간을 줬다. 우르르 여러 명이 몰려서 편의점에 갔는데 그때 몰래 따라간 딸기가 제일 잘생긴 녀석에 엉덩이를 만진 것이다. 화가 난 남자애는 딸기를 때리려고 했고 그걸 본 주변 학생들이 내게 달려왔다. 황급히 달려가서 추행당한 남학생을 진정시키고 딸기를 데리고 와서 얘기를 해보았다. 왜 그러 건지 그리고 잘못된 건 알고 있냐고? (이때 추행당한 잘생긴 남학생은 너무도 잘 커서 멋진 모델이 되었다. 딸기가 찍은 남자는 역시 멋진 남자였다.^^)
그때 정말 깜짝 놀랄 얘기를 듣게 되었다. 교회 오빠들이 자기에게 그렇게 했는데 나쁜 거냐고, 좋아하는 사람은 만지는 거 아니냐는데 갑자기 울컥했다. 이 아이 스스로 보호할 방법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외면한 것이고 나 또한 방관자였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딸기의 부모님께 이런 일을 상의드릴 수도 없다는 게 속상했다. 그분들도 딸기처럼 살짝 지능이 떨어지시는 분이니 아이를 다그치고 때리기나 하시지 보호하시지는 못할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우선 딸기에게 정말 사랑하는 사람 하고만 해야 하는 게 스킨십이고 좀 더 컸을 때 서로 동의하에만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도 나와 마주 보고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이 아이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우리 딸기 소녀는 이제 성인이 되었다. 대학은 미용과에 들어가서 공부를 했고 지금은 작은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다. 역시 지금도 꽃미남에게 레이저 눈빛을 쏘지만 이젠 자기를 지킬 수 있으니까. 다행이야. 쌤이 널 평생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