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다 생각나는 아이.
벚꽃이 한창인 봄이 되면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아련한 첫사랑의 연인도 아니고 고마우신 은사님도 아닌, 이 예쁘고 좋은 계절에 떠나간 한 녀석이 생각난다.
사실 나는 이 학생에 이름만 알 뿐 얼굴은 한 번도 마주한 적은 없었다. 어쩌면 한 번쯤 지나친 적이 있었어도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심하게 잊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속상한 얘기를 지금 시작해 보려고 한다.
그때 내가 근무하던 학원은 시험대비 기간이 되면 학교별로 새롭게 반이 편성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출석부를 받고 낯선 이름을 보게 되면 이 학생은 어떤 아이일까 생각하곤 했었다. 대형학원이고 모든 학생들을 다 아는 게 아니다 보니 처음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는데 이 얘기에 주인공이 그런 아이였다. 시험대비가 시작되고 일주일에 두 번 있는 과학 수업에서 아직 만나지 못했던 이 아이가 저녁 시간, 다른 건물 옥상에서 삶의 끈을 놓아버린 것이다.
짧은 25분의 저녁시간.
그 시간 사이 수업 시작종이 치고도 돌아오지 않는 아이의 행방을 찾다가 끔찍한 비보를 듣게 되었고 학원 내 모든 사람은 믿지 못할 사실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이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학원 내 선생들이 조문을 하게 되었고 오열하는 친조부님과 아버님을 볼 수 있었다. 조문 내내 유가족들은 학교와 학원 내에 집단 따돌림을 주장하시며 선생들에게 비난의 말을 뱉어내셨는데 반쯤 실성한 눈빛이 처연하기만 했다.
학교에 이어 학원까지 경찰 조사가 이어졌고 조사 결과 학교 내에서 심한 따돌림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생선가게를 하시는 조부모님께서 거의 키우시다시피 하시는 상황이었는데 아이의 몸에서 생선 비린내가 난다며 모멸감을 주고 심한 놀림에 담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사내자식이 소심하다는 핀잔이었고 자신의 팔에 스테이플러 심을 박으며 자해를 하는 등 증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막상 학원에서는 아이들과 원만하게 지내서 아무도 알지 못했던 사실에 모두가 경악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은 흐지부지 잊히고 말았다. 학생 아버지가 학교 앞에서 반 전체 학생과 담임을 가해자라며 1인 시위까지 하셨지만 말이다.
세상이 참 각박한 건지.
난 아직도 그 아이가 생각나는데 그 조부모님과 아버지는 얼마나 그리우실까. 그 아이를 사지로 몬 학생들도 이미 성인이 되었다. 그 아이는 여전히 15살인데 다른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된 것이다.
딱 이때쯤 떠나간 아이.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꽃잎은 떨어지고 그 날의 일들이 다시 떠오른다. 내게 어른의 부끄러움을 알게 해 준, 15살에 아이.. 그 아이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