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선생님~ 2학년 학부모예요.

중간고사 끝나고 학교에 학부모 인척 전화하기

by anchovy

학부모님들도 본인 자녀의 성적에 걱정과 관심이 많겠지만 사교육 기관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의 시험 스트레스는 예상 이상으로 강도가 센 편이다.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학생이 학원을 그만둘 수도 있고 강사의 평판도 흠집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력이 최상급인 선생님이라고 하더라다도 100%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고 학생의 능력에 따라 개인차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시험 성적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시험이 끝나고 정답 정정기간이 되면 학교에 학부모 인척 전화를 걸기도 한다. 의외로 시험문제의 오류가 많아서 복수정답 처리를 해야 할 경우가 생기기 때문인데 이 한 문제로 A냐 B냐가 결정될 때는 진짜 저돌적으로 문의를 한다.


"선생님, 2학년 학부모인데 문의사항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이번 중간고사 과학 15번 문제의 오류가 있던데 알고 계신가요?"


결국 담당 선생님께서 전화를 받게 되면 나는 복수정답에 이유를 설명한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의 논리는 비슷하다. 어머님 말씀이 이론적으로 맞지만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이 한정적이었으므로 수업을 들었다면 우리가 정한 답을 골랐을 거라는 거다. 확실한 답은 이거니 다른 답이 맞더라도 인정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한다.


그때 나는 과학 전공자 엄마로 변신한다.


"선생님? 저도 과학 전공을 했고 오랜만에 전공서적을 다시 찾아봤습니다. 애초에 이런 오류가 안 나오도록 문제를 만드셔야지 안 가르친 내용이니 답이 아니라니요? 초등 때 우리 애가 읽었던 책에도 안 가르치셨다는 그 내용은 나옵니다."


이러면 학교 선생님의 다음 질문은 아이 이름과 반이다.


"왜요? 엄마가 학교에 전화했다고 혼내주시려고요? 제 아이 말고도 그 문제에 의문 제기하고 싶은 애는 많을 거예요. 그냥 복수정답으로 정정해주세요."


결국 나의 승리다.

왜 이런 짓까지 하나 싶겠지만, 이래야 내 학생이 3점이라도 오르니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달려들 수밖에!


죄송합니다. 학교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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