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술주정뱅이 진상 학부모

나랑 친구 하고 싶다고?

by anchovy

한 해 두 해 한 살씩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 참 많이 변했구나 하고 놀라는 부분이 있다. 지금보다 어린 시절에는 딱히 낯을 가리는 건 아니지만 먼저 말을 거는 것도 망설일 때가 많았고 주변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맘껏 드러내지 못하곤 했었다. 하지만 아줌마가 되면서 용감해진 건지 학부모님과 따로 만나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편하게 수다 떨면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넉살이 생기게 되었다. 이렇게 넉살 좋은 아주머니인 나도 쉽게 넘길 수 없었던 충격적인 일화 한 가지가 있다.


미리 얘기하지만 이런 학부모는 딱 한 명이었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보통 내가 가르치는 학생의 부모님들은 나보다 연장자인 경우가 많다. 주로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니 40대 중후반 정도에 학부모님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얘기하려고 하는 어머님은 내 또래의 어머님이셨는데 원장과 동갑이라고 서로 친구처럼 지내더니 급기야 나와도 친해지고 싶어 하는 거였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으로 내가 30대 중반일 때다.)


그러던 어느 날, 원장이 퇴근 후 술 한 잔을 하실 수 있냐며 말을 걸었다. oo어머님이 선생님하고 같이 마시고 싶어 한다고! 물론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절대 마실 수 없다고 얘기했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요? 제가 왜 그 분과 술을 마셔요?(근데 웃긴 건 요샌 마음 맞는 어머니이랑 가끔 마신다. ^^;)

하지만 제발 한 번만 먹어달라는 간곡한 원장의 부탁을 거절하긴 힘들었다. 여하튼 내 오너니까..

이게 바로 내 불행의 시작이었지.


술자리가 무르익고 얼큰하게 취한 그 어머님은 갑자기 담배를 피우더니 음담패설을 하기 시작했다. (말보로 레드를 피면서 욕을 하고.. 완전 진상 오브 진상이었지.) 뭐 저질인 인간이구나 하고 무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헛소리 장전이 시작되었다.


"야. 네가 왜 애가 없는 줄 알아? 네 남편하고 네가 재수가 없어서야. 학원에 있는 걔 있지, 21살짜리 남자애? 그 애랑 자. 바로 애 생긴다. 내가 신이 보이거든. 알겠어?"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그때 옆에서 히죽거리고 웃고 있던 원장의 얼굴이었다. 이 상황을 말리지 못할망정 웃어? 21살짜리 남자애가 누구냐면,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내가 가르치는 제자였다. 정말 돌지 않고서는 이런 말을 뱉을 수 없는 거였다.


다음날 더 충격이었던 건 이 상황에 대해 사과받고자 하는 나에게 원장이 한 말이었다.


"선생님이 매력적이라 젊은애랑 그럴 수 있다는 거예요."


아. 매력적이면 제자랑 자야 해?

진짜 미. 친...

이것들은 쌍으로 미쳤구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이 곳.

앞에서 등장했던 1화 바움쿠헨 사건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결국 이 일은 학원을 그만두는 가장 큰 계기가 된 것 같다.


Bye! 미친 분들.

Adieu! 몹쓸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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