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머님~안녕하세요.

상담전화는 괴로워 ㅠ.ㅠ

by anchovy

보통 학원강사의 출근 시간은 일반 직장인보다 꽤 늦은 편이다. 오후 2시쯤, 늦으면 3시쯤 출근하는데 이 시간부터 수업을 시작하는 건 아니고 수업 준비를 하거나 팀별 회의, 그리고 상담 전화를 돌리게 된다.


학원에서 수업만 잘 가르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부모 입장에서 보면 피 같은 돈까지 써가며 공부시키는 건데 우리 애가 공부는 잘하는지, 부족한 부분은 잘 채워지는지 궁금해하는 게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학원에서 일을 하며 이 놈에 상담 전화에 대해 긍정적일 수도 없었던 이유는, 하루마다 해야 할 할당량이 정해져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사실 상담 전화도 정확한 목적이 있다면 꼭 필요하긴 하다. 내가 맡은 학생이 지각을 자주 한다던가 테스트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았던가 아니면 교우관계에 대해 얘기할 것이 있다면 반드시 필요한 전화통화가 될 것이다. 근데 문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조차 '그냥' 전화를 돌려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그 통화내용도 정리해서 보고까지 해야 한다. 하...

이렇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약간의 조작(?)도 이루어진다. 단조로웠던 상담 내용에 MSG를 첨가해 풍성한 맛을 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학생을 위한 상담이 아니라 할당된 횟수를 채우기 위한 습관이 되어버린다. 설마 원장들은 이런 걸 모르는 걸까? 물론 매 상담전화에 열과 성을 다하시는 선생님도 계시다. 존경할만한 인성과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에 늘 고개를 숙이게 되는 분도 있겠지만 그런 위인전기 나올만한 훌륭한 분은 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과거에 나라는 인간도 지극히 미성숙한 존재이다 보니 상담 전화는 발에 박힌 티눈처럼 얼른 치워버리고 싶은 성가신 일이라 여긴 것 같다. 나이가 조금이라도 더 들어보니 그때 대충대충 해치워버린 통화 하나하나가 미안해지고 후회가 된다. 이제야 좀 철이 드나? ^^


그래도 원장님들아!

좀 필요할 때만 시킵시다.

진짜 시간 낭비, 전화비 낭비, 열정 낭비예요!

OK??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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