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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May 22. 2020

104. 원소 주기율표도 모르면서 뭔 과학영재였데!

예전에 고 1 학생 하나를 소개받았다. 중학교 때 과학 영재였고 성적도 아주 우수했는데 고1  첫 번째 중간고사 성적이 중학교 때 성적에 반토막으로 나왔다고. 너무 걱정이 돼서 수업을 부탁드리게 됐다는 이 엄마.


근데. 이 엄마 과학 영재가 뭔지 모르나 보다. 수업을 하기 전, 학생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이온 결합, 공유결합 내용이 포함된 테스트를 보게 됐는데 아이 왈.


Mg이 금속인지 비금속인지 어찌 알아요?


여기서 언급되는 Mg는 마그네슘이다. 그리고 4주기 2족 원자번호 20번, 금속이다. 주기율표를 20번까진 외웠어도 2족이 금속인 건 알 거다. 과학 영재가 아니어도 중학교 3학년 때 배우니까 모를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주기율 표랑 주기, 족 배웠을 텐데 기억이 안 나?


그랬더니 자신은 이런 것 배운 적이 없단다. 그 옆에 앉아 있던 애 엄마는 혹시 교육 과정 개정된 거 착각하시냐고 묻더라. ㅜㅜ. 진짜 소름이 쫙 끼쳤다. 개정 전에도 이 내용은 있었고 개정 후 교과서에도 이 내용은 있다고! 본인이 말씀하시는 과학 영재라면 더 심도 있는 내용도 알아야 할 텐데 기본도 모르는 고 1이라니.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아이 국, 영, 수, 과, 사 어느 과목도 잘하는 게 없었다. 모의고사 영어가 3등급이라길래 수능 영어는 쉬운 편인데 이 정도 성적이면 분발해야 한다고 말하며 나는 예전에 영단어를 하루 200개씩 외웠다고 얘기했더니 떨떠름한 표정에 절대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이 역력했다.


훗날 이 아이 엄마에게 더 이상 수업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니 처음에 자기 아이를 너무 무시해서 오기로 버티며 나를 찍어 누르려고 했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했다. 그리고 영단어 200개씩 외운다는 말은 구라(정말 이 단어를 사용했다. 진짜 경박함에 극치)인 줄 알았는데 대치동에서 학교 다니는 애들 얘기 듣고 사실이라 놀랬다고.


과학 영재였지만 주기율표도 배운 적이 없고 수능식 영어가 1등급 나오는 건 불가능할 정도로 일주일에 영단어 50개도 안 외우지만 다른 사람이 무시하면 반드시 찍어 눌러 버리겠다는 이 부모와 학생을 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 그 말도 갑자기 기억난다. 나보고 선생님이 수능 영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아냐면서 자신이 못하는 게 아니라고 했었다. 그것도 비웃으면서. 그래서 난 얘기했다.


너, 토익 토플이 수능 영어보다 어려운 거 아니? 난 토플 100점 가까운데?


근데 이 아이 토플이 몇 점 만점 인지도 모르더라. 그런 우물 안 개구리 주제에 어디서 영재라는 단어를 쓰니. 진짜 다시 생각해도 짜증이 치민다.


네가 세상에서 제일 공부를 잘할 필요는 없다만 제발 네 주제는 좀 알아라. 그리고 모르는 과학 단어 나오면 네이버 검색이라도 해서 알려고 노력해봐. 그냥 넘기거나 나한테 묻지 말고. 그리고 본인 아이가 과학 영재이신 줄 아는 어머님! 주변에 사는 애 엄마들하고 백 날 얘기해봤자 해결되는 거 없어요. 아이 실력이나 채우시고 명문대 의대 얘기하세요. ㅎ 수능 영어 3등급이 의대에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요.


주제 파악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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