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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Jul 02. 2020

109. 그 선생님이 나보다 월급을 더 받는다고?

나는 내 월급을 동료 강사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서로 알아봤자 기분 좋은 경우는 드물 것이고 월급 책정이란 자체가 원장과 강사 사이의 1:1 계약이니 그건 다른 이들에게 공개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어떤 선생님의 안타까운 글을 읽게 되면서 월급 공개에 대한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저보다 일도 적게 하는데 왜 월급을 더 받는 걸까요? 원장하고 얘기해봐야겠죠. 당장 그만두고 싶어요.


코로나로 무급 휴가를 쓰게 되면서 선생님들끼리 월급이 공개되었고 초등을 가르치는 강사보다 중, 고등을 가르치는 본인의 월급이 작아 속이 상하셨다는 내용이었다. 우선 왜 그들은 월급을 공개한 것인지 그것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초보 강사도 아니신 것 같은데 남의 월급이 왜 중요하고 나보다 일도 안 하는데 왜 월급을 더 주냐니?


월급 책정은 강사 채용 시 밀당 속에서 완성된 두뇌 싸움의 결과이다. 내 능력을 어필하고 원장이 이 능력에 끌림을 느낀다면 내가 원하는 돈을 줄 것이다. 이 사람이라면 내 학원에 돈을 벌어줄 것이 확실하다는 그 믿음이 높은 월급이라는 결과물이 된다는 거다. 몇 년 전, 내 월급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 학원을 그만두겠다는 선생을 본 적이 있는데 출근 시간도 늦고 과학이라는 중요도 낮은 과목 선생 월급이 왜 많은 것이냐며 원장한테 퇴사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도대체 내 월급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진짜 난 너무 억울했다. 내가 그분 월급 깎아서 더 받는 것도 아닌데 나를  이용해서 본인 월급을 딜하다니.


결국 그분은 학원을 퇴사하셨다. 그분을 대체할 싼(?) 선생이 많았었던 건지 원장은 일초의 망설임 없이 그분에게 사표를 받으셨다. 이런 일을 겪으며 왜 나한테는 월급을 더 줬던 걸까 생각해봤다. 곰곰이 되짚어보니 생각보다 쉽게 정답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는 학원에 돈을 더 벌어주고 일도 잘하고 다양한 용도로 부려먹기 좋았기 때문이다. 과학 선생이지만 영어 번역도 적당히 하니 영어로 과학도 가르칠 수 있고 자소서나 면접 대비도 잘하니 엄마들한테 홍보하기 좋았던 거다. 또 경력은 많은데 늙어 보이지 않아 얼굴마담으로 쓰기도 적당했다. 근데 나를 월급 루팡인 양 취급하는 선생도 있었다니.


누군가와 내 월급을 비교할 때 상대의 나이, 경력, 일의 강도 등을 본인의 시각으로만 판단하다 보니 자신이 피해를 보는 것처럼 억울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잣대를 들이밀다 보면 일타 강사들은 왜 학벌도 비슷하고(학벌은 그분들이 훨씬 좋다. ㅋ) 나이도 나보다 젊던데 왜 그들은 떼돈을 버냐는 얘기가 나와야 한다. 그분들이 왜 우리보다 더 버냐고? 운이 좋아서? ㅎ 운도 실력이겠지. 근데 그것보다 더 그들은 분명 우리보다 우월한 실력이 있는 것이다. 못난 우리는 따라 할 수 없는 실력. 근데 이 좁은 학원에서 몇 푼 차이나는 돈으로 자존심을 운운하고 일을 더 하는데 대우도 못 받는다는 우는 소리를 하다니.


난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사람의 월급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내 몸값을 올릴 방법을 궁리하고 실천할 뿐 남과의 비교가 무슨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드니까. 우리 더 노력해보자. 떼돈은 못 벌어도 좀 더 나은 선생이 되기 위해 선생질을 끝내는 날까진 좀 최선을 다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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