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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Jul 01. 2020

108. 국제중도 폐지된다니!!!

내 제자 중에는 사립초, 국제중, 특목 자사고 출신이 많다. 뭐 내가 일하던 곳의 학원비가 워낙 비쌌으니 나 같은 서민층이 아닌, 부티나게 몽클레어나 캐나다구스를 입고 다니고 구찌 백팩을 들고 다닐 수 있는 여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사실 사립초에 다닐 정도면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얘기에다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해 영어와 제2 외국어까지 가르치며 외국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국제중 진학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추첨에 의해 입학 기회가 주어지는 국제중은 돈이 많다고, 혹은 공부를 잘한다고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보니 모든 아이들이 부잣집 도련님, 아기씨는 아니고 평범한 두뇌를 지닌 아이들도 많은 편이다. 그래도 일반 학교에 비해 비싼 학비, 아니 일반중학교는 학비가 없지! 여하튼 비싼 돈을 지불하고 고퀄리티의 수업을 진행한다는 국제중은 왜 폐지 수순을 밞게 되는 것일까?



서울시교육청은 “대원·영훈국제중은 학교 운영상의 문제뿐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서 학사 관련 법령·지침을 위반해 감사처분을 받은 것이 중요한 감점 요인이 됐고, 국제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교육격차 해소 노력이 저조한 점도 지정 취소의 주요 이유가 됐다”라고 지정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에서 연간 1000만 원 이상의 학비를 부과하면서도 ‘사회통합 전형(기회균등 전형)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 정도’ 등에서도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제중은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있고 일반학교 위에 서열화된 학교 체제로 인식돼 이를 위한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겨레 신문 - 서울 대원·영훈 국제중 재지정 평가 탈락… 내년 일반 중 전환
2020. 6. 10 일 기사 중


국제중 다니거나 졸업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놀란 점이 있다면 국제중에서 행해지고 있는 수업의 질이 평범하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다른 과목은 잘 모르겠지만 과학은 강남 서초 송파 지역 학교와 비교를 감히 하지 못할 만큼 무척 쉬운 편이고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특별한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특히 교과서에서 일부 내용만을 가르치다 보니 특정 파트는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학교 이름을 언급할 순 없지만 그 학교 출신은 지구과학 부분은 아예 안 배우고 고등학교에 진학한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였다. 영어로 과학을 배운다고 하지만 수준이. ㅎ


Which of the colors of the rainbow has the largest refractive index?


무지개 색 중에 굴절률이 가장 큰 색이 뭐냐는 건데 일반 중학교에서 빛과 파동에 대해 배울 때 나오는 내용이다. 저렇게 단답식으로 쉽게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단순 암기 내용이라 고 퀄리티 국제중 문제라는 게 의야했었다. 그런데도 국제중 다니는 게 무슨 대단한 자격을 가진냥 생각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그 국제중이 폐지라니. 당연한 수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의 경제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낸다는 요즘, 국제중은 마치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중간 단계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로 인해 글로벌 인재를 만들겠다는 원래의 취지는 퇴색한 것 같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이 계급사회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교육 계급화는 더 확장될 뿐이라는 걸 잊지 말자. 21세기에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슬픈 말이 철저히 깨질 수 있는 교육의 평등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제발 이루어지지 않을 꿈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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