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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Jun 06. 2020

107. 학원강사는 밥 먹을 시간이 없어요.

5년 전쯤, 갑작스럽게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다. 학원에 출근을 했는데 입맛이 없어 아침 점심을 모두 건너뛴 상태였고 이렇게 있다가는 도저히 수업이 안 될 듯하여 컵라면 하나 먹으려던 게 문제였던 것이다. 먹기 싫으니 깨작깨작 몇 젓가락을 겨우 뜨고 있는데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숨을 헐떡 거리고 있었는데 내 강의실을 지나가던 학생이 이 모습을 보고 학원 맞은편에 있는 병원으로 나를 데려가 주었다.


병명은 어이없게도 위장이 제 기능을 못해서 숨이 안 쉬어진 것. 그 당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일하는 것을 반복하던 때였는데 갑자기 들어온 라면에 몸이 놀란 것이다. 간단한 처치 후 내 몸은 진정이 되었지만 의사 선생님은 영양실조에 기력도 없는 상태이니 쉬면서 체중도 늘려야겠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 이때 나는 연간 2일만 쉬는 강행군 중이었으니 몸 상태가 정상인 게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이렇게 혼이 쏙 빠질 일을 겪고도 밥을 제대로 챙겨 먹을 시간은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김밥 한 줄을 2분 안에 해치우는, 진짜 배만 채우는 식사를 하거나 김밥을 사 올 시간도 없으면 비상식량으로 사둔 두유나 초콜릿 과자를 먹어야 했다. 살인적인 수업 스케줄은 내게 식사 시간을 허용하지 않았고 비쩍 마른 빈티 나는 몸과 바닥난 체력을 만들어주었다.


학원생활 경험이 없는 분들이 생각하기에는 출근 시간 2시 반부터 5시 수업 전까지 여유 시간이 많을 것 같겠지만 수업 자료를 준비하거나 팀별 회의, 상담전화, 보충 수업 등 다른 할 일이 많으니 식사를 할 시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았고 수업 중 공강이 없기로 정평나 있었던 인기 많은 강사였던 나(?)는 퇴근 후에나 겨우 밥 한술을 뜰 수 있었다. 이렇게 집에 가서 늦게 밥을 먹으니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이 생기기도 했고 수업 사이 쉬는 시간이 부족해 화장실도 못 가서 방광염이 걸리기도 했다. 정말 다시 생각해봐도 악덕업주에 걸린 외국인 노동자 같은 끔찍한 근로 환경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왜 그렇게 미련하게 참고 견뎠는지.

그렇게 몸이 혹사시킨 덕분에 건강하던 내 몸이 약골로 변해 영양제에 의지하는 중년 아줌마가 되었다. 뭐 영양제를 먹어도 기운이 없긴 매한가지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매일 한 움큼씩 입에 털어놓고 있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강사, 아니 모든 사회초년생에 당부하는 것! 꼭 밥을 챙겨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라는 것. 체력이 순식간에 바닥날 수 있으니 밥 많이 먹고 내 몸 축나지 않게 잘 챙기기를 부탁한다. 그 시절 젊은 몸뚱이라 견디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던 내게 호통치고 혼내고 싶지만 이미 나는 늦었단다. ㅜㅜ


그리고 밥도 중요하지만 운동도 꼭 하길. 밥 먹을 시간도 없고 잘 시간도 부족하다고 변명하지 말고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시길. 그나마 근육이나 지방이 탄탄해야 더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년 아줌마가 해주는 알짜배기 조언이니 꼭 기억하시길. ^^ 지금도 밥도 못 먹고 열강을 하시는 선생님들께 응원을 보내며.


식사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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