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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May 27. 2020

106.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복수법이 난무하는 학원가

그만두기 한 달 전에는 학원에 알려야 할까요?


라는 어느 강사의 고민 글에 달린 댓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죠. 학원에서 해준대로 행동하세요.


이 고민 글을 쓰신 선생님은 퇴사 한 달 전에 얘기를 하면 한 달 내내 괴롭힐게 뻔하니 빨리 얘기하기 싫다는 생각이셨고 댓글을 쓰신 선생님은 해준만큼만 해서 손해보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솔직히 나는 저 의견에 절대적으로 반대 입장이다. 일반 회사는 어떤지 모르지만 학원은 몇 일만에 선생을 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성적이 좌지우지되는 막중한 직책인데다 아이들에게 수많은 영향을 끼치는 선생을 적당히 뽑을 순 없을테니까. 물론 퇴사하기까지 우여곡절과 마음 고생도 많았겠지만 중요한 역할을 지니고 있는 선생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 충분한 시간 여유 없이 퇴사를 통보하고 싶어하고 그것을 부추기는 선생님들을 보니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함무라비법전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자식이 아버지를 때리면 그 손을 잘라버린다'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리면, 그 사람의 뼈도 부러뜨린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를 부러뜨리면, 그의 이를 부러뜨린다' '황소나 양, 나귀나 돼지 혹은 배를 훔쳤을 경우, 그것이 신전의 것이라면 30배로 갚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것이라면 10배로 갚아야 하며, 만일 갚을 수 없으면 처형당한다' 등 듣기만 해도 소름이 오싹 끼치는 내용이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속담처럼. 이런 법을 '탈리오의 법칙' 혹은 '복수법'이라고 하는데 함무라비법전은 복수법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를 위해서 만들었다면서 왜 이렇게잔인한 법이 정해진 걸까?


당시에는 감옥이 없었기 때문에 한만큼 똑같이 당하거나 재산으로 물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판결함으로써 더 큰 복수를 막을 수 있었다. 만약 이런 법이 없었다면 누가 재판을 하느냐에 따라 더 큰 형벌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지만,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따뜻한 배려가 담긴 법이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은 함무라비 법전의 내용을 왜곡해서 생각하고 적용하는 것일까? 받은만큼 돌려주는 것이 마치 똑똑한 처신인듯, 사회 생활에 달인이 된듯 뽐내고 싶은 것인지 나를 엿 먹인 사람들에게 나도 똑같이 엿을 먹이고 싶단다. 근데 학원가는 다르지 않은가? 원장 엿 먹이려고 학원 애들까지  빅엿을 먹게 할 순 없지 않는가? 나도 미친, 똘아이, 변태, 사기꾼 등 별에 별 원장을 다 겪었지만 그들에게 복수하겠다고 아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지는 않았다. 착한 척, 고고한 인격자인척 코스프레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어른으로서, 선생으로서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어선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께 무조건 희생하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나도 아닌 건 아니라고 직접 말을 하든 메일로 써서 보내든 얘기를 했고 그러다 폭행을 당하거나 당일 해고 통보받은 적도 있다. 그래도 난 내 도리를 다 했으니 당당했고 꺼릴 것은 없었다. 나중에 내 발자취를 돌아봤을 때 후회할 선택을 하지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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