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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Jul 04. 2020

111. 코로나 19로 손해 보는 고3을 구제하자!

손해 보는 게 뭔지 알려주지!

6월 30일, 시도교육감들은 제73회 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고3 대입 구제 방안'을 논의한 뒤 교육부에 정식으로 제안할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 19로고 3 수험생의 대학 입시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졌단 우려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데 뭐가 불리하다는 걸까?


고 3을 걱정하는 이들의 생각은 학교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으니 생기부에 적을 스펙도 없고 수업 진도가 안 나가서 제대로 수능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근데 이게 얼마나 웃긴 말이냐면 고 3 때는 이미 쌓아놓은 스펙을 정리하고 어찌 활용할지 고민하는 시기지 새로운 뭔가를 하진 않는다. 대학에서도 단기간 만든 스펙은 자소서를 위한 억지처럼 보이고 너무 속 보이는 짓이라 여기기 때문에 고 3 때 교내 대회도 참가하는 경우가 드물고 동아리도 하지 않는다. 특히 자율동아리는 절대 안 하지. 하는 학생이 있다면 말리고 싶을 정도다. 실제로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은 1, 2학년 때 열심히 자동봉진(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을 해서 지원할 학과의 스펙을 미리 충분히 쌓고 3학년 때는 공부만 빡세게 시킨다. 최저를 맞추던지 내신을 좋은 점수로 마무리하던지 여하튼 성적 관리를 통해 학생부 종합전형이나 교과 전형을 준비한다. 그리고 3학년 때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고 수능 성적이 잘 나오는 게 아니라 이미 완성된 실력을 더 갈고닦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과라면 고 2 때 배우는 과학 1 과목으로 과탐 선택을 대부분 할 텐데 무슨 고 3 수업 못 들었으니 수능 문제 쉽게 내주겠데.


통계 자료에 따르면 수능을 쉽게 출제할 경우 오히려 고3 학생들 중 최상위권 학생들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했다고 한다. 나도 20여 년 전 물수능의 직격탄을 맞은 실패의 결과물인데 평소보다 쉬운 수능에서 변변찮은 실수 덕분에 원하는 학교에는 감히 원서도 쓰지 못했다. 물수능에 경우 변별력이 없어 진짜 실력자를 가리지 못하고 오로지 실수하지 않는 아이를 우수자로 뽑아버리게 된다. 그게 실력을 가리는 진짜 시험인 걸까? 뭘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꾸 정책을 바꾸려고 하니 너무 화가 난다. 코로나 19 때문에 수능도 미뤄지고 시험도 쉽다고 떠들고 있으니 갑자기 별생각 없던 애들도 반수를 한다고 난리고 재수학원에서도 대놓고 반수, 재수를 부추긴다.


이번 수능 아주 쉬울 거야. 혹시 아니? 너 SKY 갈지?


이 딴 뉘앙스가 담긴 광고 문구 때문에 괜히 대학 재학생들도 싱숭생숭 해지는 거다.


고 3들아. 코로나 때문에 학교 안 갈 때 모의고사 문제집 많이 풀었잖아. 수능 공부한 건데 무슨 너희들만 시간이 없고 불리하니? 1학기 내신 공부 지연된 덕분에 겨울 방학 길게 활용했으면 모평 때 성적이 잘 나왔어야지.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만 무조건 불리하다고 우는 소리 좀 하지 말자. 너희에게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슬기롭게 헤쳐나가 보자고. 부디 너희들의 입시가 해피 엔딩이 되길 간절히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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