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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Nov 08. 2020

9. 요관 스텐트 시술, 그리고...

월요일에 여성병원에서 이 대학병원으로 옮긴 뒤(이걸 병원에서는 전원이라고 표현했다.) 기존 여성병원에서 했던 산부인과 수술 후 치료가 필요했으므로 어떤 약물이 투여됐는지 쪽지에 적어 카톡으로 보내주셨다. 이걸 대학병원 비뇨기 의학과 간호사 선생님께 전달하니 여러 가지 조치가 취해졌다. 다소 불만스러웠던 일이라면 상처의 소독이나 거즈 교체, 피주머니의 확인 등 기존 병원에서 수시로 체크하고 얘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던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의사 파업으로 인해 수술이 많이 줄어들어 입원 환자가 많지 않았음에도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는 시간 간격도 매우 길어 내 앞 쪽에 계셨던 환자분은 링거가 다 떨어졌으니 교체를 해달라고 말했는데도 2시간이나 지나서야 교체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니 여러 진료 과목이 있어 긴급한 상황에 대처가 용이하다는 점에서는 대학병원, 대형병원이 좋겠지만 환자의 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았다. 물론 이 병원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화요일에는 시술을 해주겠다던 호언장담은 완벽한 뻥임이 판명되었고 가까스로 수요일에 요관 스텐트를 넣을 수 있는 수술방을 잡았다고 생색을 냈다.


드디어 대망의 수요일.

간단한 시술이라니 남편도 회사에서 일을 하라고  두고 나 혼자 씩씩하게 준비를 했다. 뭐 준비랄 것도 없는 게 금식, 속옷 벗고 있기 정도? 정오가 넘어 침대 하나가 도착했고 기사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분께서 따뜻한 온기가 있는 면 시트 이불을 덮어주고 수술방까지 나를 이동시켜주셨다. 병원 구조가 어찌나 복잡한지 구름다리를 지나, 옆 건물로 이동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을 지나 또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곳에서는 덜컹덜컹, 여성병원에서 수술받았던 부위가 아파왔다.


이 기사님 잘못은 아니니 뭐라 할 수도 없고 이렇게 만든 이사장님! 돈 많이 버시겠네요 라고 속으로만 얘기했다. 수술방에 들어가기 전 국소마취를 한다고 어떤 조치를 취해주는 것 같았는데 시장통처럼 시끄럽고 번잡해서 원래 대학병원은 이런가 싶었다.


일단 마취과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모르겠지만 침대에 누운 지 20-30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얘기가 없어 언제 시작되느냐고 물었는데 눈만 뻐금거리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들끼리 오늘 점심은 뭐였는데 맛이 없었다는 둥 누가 타투를 했다는 둥 자신들만의 수다에 빠져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수술방에 들어갔다. 바지를 벗기고 시술이 편하도록 다리를 걸칠 수 있는 곳에 올렸다. 수술 전 빨갛고 노란빛도 나는 소독약으로 소독을 하더니 의사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 날 벗겨 놓은 체로 있었다. 수술방에 있던 남자분과 여자분은 오늘 저녁에 뭘 먹을지를 얘기했다. 이 병원은 먹는 것에 목숨 건 사람이 많은 듯했다.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인사를 하고 잘하겠다고 얘기하더니 무언가를 요도에 넣는 게 느껴졌다. 방광을 확장하는듯한 느낌이 들고 옆에 있던 모니터로 시술 과정을 보라고 했다.


모니터를 보니 끊어진 요관과 뭘 넣으려고 하는데 안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반복, 반복, 반복.


아, 안 들어가네? 환자분 보셨죠? 이거 안 되네요.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수술방을 나가려고 했다. 실패라고? 그럼 수신증은 어떻게 하라고? 오른쪽 콩팥이 왼쪽보다 2배 가까이 부어서 아프고 열나는데 이게 안 되면 어째야 하는데! 설명 한 마디 없이, 위로나 사과도 없이 그냥 나가버리려고 하다니.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냐 물으니 지금 방법이 없으니 옆구리에 관을 꽂으라고 했다. 그리곤 진짜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렸다.


아까 저녁 식사를 의논하던 두 남녀에게 옆구리에 관을 꽂는 것이 뭐냐고 물으니 PCN, 경피적 신루 설치술이라는 것으로 소변의 경로를 우회해서 신루를 만들어주는 것이라 했다. 옆구리에 구멍을 뚫어 콩팥에 카테터라는 것을 넣고 직접 소변을 빼내는 것. 옆구리에 소변주머니를 차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그 방법만 남은 거라고. 2-3개월은 소변 주머니를 차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옆구리에 소변주머니를 차고 살라고? 그럼 나는 일도 못하는 거야? 아님 오줌 냄새 풍기면서 일하러 다니고 화장실에서 소변 주머니 비우고 살라고?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나 못되게 살아서 벌 받는 건가 봐. 난 이렇게 시술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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