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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Nov 09. 2020

10. 무너진 마음, 내게 내일이 있을까?

요관 스텐트 시술이 실패한 후 벗고 있던 환자복 바지를 다시 입고 병실로 옮겨졌다. 쓰고 있던 내 마스크는 버렸는지 맨 얼굴인 체로 이동 침대에 올라타라고  얘기했다. 수술실에서 병실까지 한참을 가야 하는데 마스크를 준비해주던지 아니면 내 마스크를 버리지라도 말아야 했던 것 아닌가? 그리고 소독약이 잔뜩 묻어있는데 그냥 바지를 입혀 벌건 소독약 자국이 엉덩이와 사타구니 근처에 가득했다. 병실에 오니 당연히 시술을 잘 마치고 왔다고 생각한 간호사 선생님과 주변에 계시던 환자들이 고생하셨다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나는 반쯤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요관 스텐트 못 넣었어요. 저 옆구리에 관 꽂아야 한데요.


이렇게 얘기하고 훌쩍이기 시작했다. 너무너무 서러웠다. 진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시술을 실패한 것과 pcn 시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남편에게도 알려줘야 했기에 바로 전화를 했다.


여보, 나 스텐트 못 꼈어. 안 된데. 그리고 옆구리에 관 꽂고 소변백 차고 있어야 한데.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던 남편도 시술 실패라는 새로운 벼락을 맞은 기분일 것이었을 것이다. 이미 마누라의 의료 사고로 센 벼락을 맞았는데, 그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시련을 맞이하게 되다니.


조금 뒤, 여성병원에서 내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절대 pcn 시술받지 마세요. 제가 다른 의사 선생님께 부탁해 놨는데, 중간에 장난질을 해서 다른 선생이 시술한 거예요. 아, pcn 못한다고 빨리 얘기하세요. 제 핑계 대고서라도요. 아시겠죠?


애초에 전원 조치 시 수술을 해주시기로 했던 의사 선생님은 요관 스텐트 시술을 실패한 분이 아니라 다른 분이었다는 거다. 진료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중간에서 스틸된 상황이라고. 일단 나는 PCN 시술을 거부하기로 했다. 그러자 간호사 선생님이 수차례 와서 내 의사를 확인하셨다. 정말 안 하실 거냐, 위험할 수 있다며 그럼 어떻게 하실 계획이냐고 물었다.


나는 애초에 A교수님에게 진료 의뢰를 했지만 병원 내 일방적인 결정으로 B교수에게 진료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A 의사 선생님이(비교기 의학과) C의사 선생님(산부인과)과 협진으로 수술 계획을 잡고 전원을 결정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B의사 선생에게 외래 진료를 받게 됐고 나는 이 경제적, 정신적 손해에 대해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왜 의사가 바뀐 것인지 설명해달라고 얘기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하얀 가운을 입은 좀 높은 직책인듯한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다. 내가 여기 병원에 외래 진료 왔을 때 접수처와 B의사의 담당 간호사 분의 실수였다고 설명해주셨다.


접수처와 간호사 실수라고 얘기하시는데  일에 대한 책임과 사과는 누가 하게 되는 거죠? 일개 접수처 직원과 간호사가  시술실패로 발생된 시간 지연, 그로 인해 생길지 모르는 후유증은 어떻게 보상하시나요?


도저히 착한 척 가면을 쓰고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이들로 인해 시간의 손해를 보았고 내 콩팥은 계속 아픈데 그들은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나를 이용한 것이다. 쓰레기들 같았다. 그리고 저 변명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누가 실수를 했건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살고 싶지 않았다. 지금 밖에 나갈 수 있다면 차에 뛰어들어 죽고 싶을 만큼 나는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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