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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Nov 14. 2020

22. 소변줄과 함께 한 일주일

방광요관재문합술을 받고 불가피하게 소변줄을 제거하지 못한 체 퇴원을 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방광 관련된 수술을 받으시는 분에게 소변줄 퇴원이 흔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퇴원 후, 내가 소변줄을 하고 생활을 할 때 발생했던 문제들이 몇 가지 있었다.


1. 속옷을 입을 수 없다.

방광에 연결된 소변줄은 일단 허벅지에 강한 테이프로 고정을 시키고 바지 위쪽으로 줄이 나올 수 있는 구조이다. 의외로 두껍고 길며 몹시 거슬리는 구조이다. 뭐 억지로 입으면 속옷이야 입을 수도 있겠지만 몹시 불편해 나는 집에 있을 때 팬티를 입지 않았다. 외래 진료를 가야 했을 때는 헐렁한 반바지를 입고 긴치마를 입어 치마허리 위로 소변줄을 빼고 소변백은 들고 갔다. 허벅지에 소변백을 둘러서 이동할 수 있다고 하는데, 흠. 난 계속 흘러내리고 고정이 전혀 안 돼서 그냥 크로스 백에 넣어서 갔다.


2. 대변 볼 때 몹시 불편하다

변기에 앉을 때마다 소변줄 정리하는 것도 곤욕이었지만 문제는 대변 볼 때마다 소변도 같이 나오려고 해서 문제였다. 소변이 소변줄을 통해서만 나와야 하는데 소변줄을 통해서 나오려 하지 않고 소변줄 밖으로 뿜어져 나오려고 하니. ㅜㅜ 잘못하면 소변줄이 빠질 수도 있다고 해서 진짜 힘주지 않아도 잘 나올 것 같은 상황에서만 대변을 봤다. 대변 본 후 뒤처리할 때 깨끗이 닦기 힘들어 꼭 물로 다시 씻었다.


3. 옆으로 잘 수 없다

똑바로 곱게 자는 사람은 상관이 없지만 잠버릇이 심해서 뒤척이는 사람이라면 좀 문제가 있을 것이다. 난 소변백이 오른쪽에 치우치게 부착되어 있었는데 왼쪽으로 누웠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깨보니 소변백이 침대 위로 올라와 있었다. 이렇게 되면 소변이 정상적으로 배출이 안 되기 때문에 똑바로 누워 소변백을 오른쪽 아래로 잘 두어야 했다.

4. 소변줄 찬 상태로 걷기도, 뛰기도 힘들다.
소변백을 착용해도 걷다 보면 소변줄이 방광을 계속 자극해 소변이 엄청 마려운 느낌이 든다. 아주 느리게 조금만 걸어야지 좀 오래 서 있기만 해도(30분 정도) 너무 아파서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통증이었다.

5. 씻을 때 너무 불편하다.
소변줄 착용 후 집에 와서 일주일 동안 딱 두 번 샤워를 했다. 소변줄과 소변백을 어디다 걸치고 할 때도 없어 비닐을 싼 소변백을 허벅지에 두르고 상하체를 나누어 샤워를 했다. 이렇게 고정을 해두어도 샤워하다 보면 소변줄이 자꾸 움직여서 방광을 자극하니 샤워하기가 꺼려졌다.


6. 퇴원 시, 주는 소변백 용량이 적어 자주 비워야 한다.

나는 소변 양이 많아서 최소 2시간마다 소변백을 비워야 했는데 이런 이유로 인해 밤에 통잠을 잘 수 없어 많이 피곤하다. 또한 자주 깨니 옆에서 자는 가족에게도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꼭 해야 할 소변줄이라면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빨리 제거할 수 있도록 의사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시길! 방광이 꼭 쉬어야 하는 수술을 받았다면, 혹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라면 소변줄을 불가피한 거니까.


소변줄 해 본 사람으로서 얘기합니다! 불편해요. 몹시! 근데 참으셔야 해요.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아픈 분들, 잘 먹고 잘 자고 빨리 쾌차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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