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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Nov 13. 2020

21. 퇴원 후, 환자에게 먹이면 좋을 음식

병원에서 퇴원 후, 남편은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권했었다. 집에 있으면 식사도 혼자서 챙겨야 할 때도 많고 집안이 지저분하면 신경 쓰일 테니 그냥 근처에 있는 요양병원에 가자고 얘기했다.


근데...

정말 병원이라면 꼴도 보기 싫었던 나는 요양이고 나발이고 병원이라는 곳에 발을 디디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자고 쉬면 되지. 그리고 식사야 잠깐 음식 데우고 반찬만 챙기면 되는데 뭔 요양병원이야. 이렇게 멍청한 생각을 했었다.


퇴원하고 집에서 간병해 줄 사람이 없는 환자분들! 미리 결론부터 얘기합니다! 그냥 요양병원 가세요. 안 가시면 저처럼 개고생 합니다.


남편이 내 퇴원 후를 준비하며 간이침대부터 간단히 먹을 다양한 음식들을 침대 옆 테이블에 준비해 주었다. 그 음식들을 소개해 본다.


1. 대상 welife 뉴케어(강추)

- 아주 큰 도움이 됨. 입맛 없을 때 한 끼 식사로도 많이 이용함. 미리 구매하세요. 전 고소한 검은깨 맛이 좋았어요.


2. 쁘띠첼 과일젤리(강추)

- 과일을 깎기도 귀찮고 달달한 거로 입맛 돋우는데 최고였음.


3. 초코칩 쿠키 및 각종 과자(비추)

- 원래 단 거 좋아하는 편인데, 밀가루는 소화가 안 되니 과자류는 대체로 별로였음. 또한 씹는 것도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네요. ㅎ


4. 토레타(강추)

- 생수를 원래 싫어하는 편이라 하루 2L 물을 마셔야 하는 게 고역이었는데 이걸로 많이 대체함.


5. 간편 죽(비추)

- 간편 죽은 입맛 좋을 때나 드시길. 본죽 같은 걸 따뜻하게 먹어도 겨우 세 숟갈이나 뜨게 됩니다. 맛있는 걸 갖다 줘도 수술 후에는 진짜 입맛이 바닥을

칩니다.


6. 비요뜨 혹은 요거트(강추)

- 빈혈약을 처방받았다면 특히 강추! 빈혈약이 변비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확실히 효과도 있었고 요거트의 신맛이 입맛을 돋우는 것 같았음.


7. 누룽지(강추)

- 남편이 누룽지를 미리 끓여놓고 출근했는데 이거 아니었음 진짜 기아 난민 다리로 계속 살 뻔했었음. 오뚜기 누룽지 사서 바글바글 끓이면 소화도 잘 되고 좋았음.


8. 사골곰국(비추)

- 기름기 많은 건 냄새부터 거부 반응이 왔음. 그리고 소화가 안 됨. 무조건 소화 잘 되는 것으로 먹을 것.


이런 것들을 먹으며 조금씩 떨어진 체력을 키우려고 했다. 그리고 점점 좋아지는 것이 느껴지는 듯 했다. 퇴원 후 딱 4일이 지나 금요일이 되니 허리를 펴고 걷는 게 가능해졌다. 배에 힘이 들어가니 걷는 것도 훨씬 편해졌다. 기운이 좀 나서 거실에 나와보니 집안 꼴이 아주... 거지가 우리 집인가 하고 들어올 판이었다. 빨래도 밀려서 많이 쌓여있는데 남편에게 부탁하자니 저녁 8시, 퇴근 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밤 시간에 세탁기를 돌리는 건 민폐라는 생각이 들어 내 컨디션이 좀 괜찮아졌으니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어보기로 했다.


세탁기가 다 돌아가고 통돌이에서 빨래를 꺼내 건조대에 다 널고 났는데도 오, 컨디션이 괜찮네! 기쁜 이 소식을 남편에게 전화해 알려주었다.


 빨래도 하고 기도 했다. 이제  완전 괜찮은 듯. 다행이지?


괜찮기는 개뿔.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다리가 후들거리고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 괜히 설쳐댔어. 환자면 환자답게 쉴 것이지.


환자나 간병하시는 분들! 수술 후 최소 2주까진 집안일하지 마셔야 해요. 다시 병나요. 그냥 계속 자고 먹고 잘 싸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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