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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Nov 15. 2020

23. 당신의 방광은 무슨 모양인가요?

퇴원 일주일 후.

기다리던 첫 외래 진료 날이 왔다.

오늘 병원 내에서 세 가지 검사와 진료를 받아야 했는데 첫 번째는 방사선 투시 방광 조영검사라는 것이었다.


방광 조영검사란 음성 조영제인 기체(공기 등)나 양성 조영제(아이오딘)를 주입하고 나서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기체에서는 결석이나 이물질이 그려지고, 아이오딘 제제에서는 방광의 모양이 그려진다고 한다.


이 검사를 위해 영상의학과에 접수를 하니 탈의실에 들어가 속옷을 벗고 바지로 갈아입으라고 했다. 바지를 갈아입고 나오자 몇 번 검사실 앞에 앉아있으면 이름을 불러줄 것이라고 얘기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방사선 기사 분이 검사실로 들어가시더니 잠시 후 다시 밖으로 나와 내 이름을 불렀다. 간호사인지 간호조무사인지는 모르지만 아이오딘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듯한 링거액을 소변줄에 연결해 주셨다. 그리고 침대에 누우라고 한 후 더 이상 소변을 참을 수 없을 때 말해 달라고 하셨다.


침대 같은 곳에 누우면 내 몸을 X-선이 스캔을 하고 방광 안 쪽으로 링거액이 채워지면서 방광의 모양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일단 신기했던 것! 콩팥과 방광 사이에 긴 관이 설치되어 있는데 시작과 끝 부분은 J자 모양으로 되어있었다. 저게 요관 스텐트이군.(요관 부목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링거액이 차 오를수록 방광의 모양을 눈으로 관찰할 수 있었는데 대박! 오른쪽으로 치우친 호리병 모양이었다. 와! 진짜 신기한데!


뭔가 오래 참아야 좋은 것일까 최대한 소변을 참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그만하고 싶다고 소리를 쳤다. 너무 짧게 참은 것이냐고 물으니 본인은 말해줄 수 없다고 하시는 방사능 기사님! 답답하지만 의사 선생님께 결과 해석을 들어야 했다.


이 검사가 끝나고 비뇨기 의학과 외래 진료 접수를 한 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뛰어오시고 진료실 문을 열더니


ㅇㅇㅇ 환자분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라고 내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씀해주셨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선생님께서는 방광의 기능은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오늘 소변줄을 제거할 것이고 호리병 모양으로 변한 방광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방광요관재문합술이라는 수술을 하며 방광이 약간 위로 당겨 올라가졌기 때문에 모양이 변형되었으며 기능적 이상은 없다고 얘기하셨다. 그러나 요관 스텐트로 인해 빈뇨, 절박뇨 증상이 나타나는데 너무 자주 소변을 보지는 말고 2시간 정도는 참아보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소변을 2시간 정도 참는 게 뭐가 힘들까 싶었는데. ㅜㅜ 요관 스텐트를 끼고 2달을 지내보니 정말 계속 소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들어 일상생활, 사회생활이 힘들고 괴로웠다. 진짜 말도 안 되는 고통이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이 날 각종 진단서와 수술 확인서, 입퇴원 확인서를 받고 선생님과는 약 7주 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진료실을 나와 정확한 일정 조율을 위해 치료실이라는 곳에 들어갔고 어떤 남자분께서 다음에 병원에 올 날짜와 시간을 말씀해 주셨다. 병원에서 나의

스케줄이 아니라 그들의 편의가 우선이 되는 것처럼 내 의견도 묻지 않고 다음 외래 진료와 검사 일정을 정했다.


이제 기다리던 소변줄 빼는 시간.

비뇨기 의학과 처치실인지 뭔지 하는 방에 들어가 누웠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바지를 벗으라고 하시고 배에 흉터를 보고 부인과 수술을 하셨냐, 무슨 수술이었기에 이렇게 상처가 크냐고 질문하셨다. 사실 설명하기 귀찮아 자궁근종 수술이라고만 간단히 얘기했더니 왜 근종 수술 부위가 이렇게 큰 거냐고 물으시는 거다. 딱 짜증이 나서 인상을 쓰려는 찰나!


소변줄을 빼고 들고 계신 간호사 선생님!

수다로 내 정신을 딴 데 쏟게 한 후 편하게 소변줄을 빼주신 거였다. 완전 능력자! 짱짱 우먼!


소변줄을 빼면 세상 날아갈 듯 편할 줄 알았건만 여전히 내 방광은 요관 스텐트 때문에 찌릿찌릿 불편했다. 이제 마지막, 대망의 산부인과 진료를 보러 갈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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