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때마다 기가 담당! ㅜㅜ
국영수사과 다섯 과목의 수업이 이루어지는 종합학원에서 일하던 시절에 얘기이다. 시험 대비 기간이 시작되기 1-2주 전이 되면 각 과목 선생님마다 암기 과목 하나를 맡아 자료를 만들고 암기 테스트까지 시켜야 하는 추가적인 업무가 주어졌다. 왠지는 모르지만 나는 기술 가정을 가르쳐야 했는데 학창 시절 기술 가정이 아닌 실과나 가사라는 과목을 배운 늙은 선생인지라 기술이라는 교과서 명 자체가 생소했다. 학원에서는 기술 가정 자습서와 평가 문제집을 주면서 암기자료를 만들어 오라는데, 으잉? 생전 처음 듣는 단어들이 어마 무시하게 많았다. 애들이 왜 이 과목을 어려워하나 이해가 될 정도로.
1. 춘재와 추재
1) 추재 - 가을, 겨울에는 성장이 잘 안되어 그 부분의 세포막이 두껍고 단단하여 짙은 색으로 나타난다.
2) 춘재 - 봄, 여름에 성장하는 부분으로 목질이 무르고 색이 연하다.
3) 나이테 춘재와 추재의 경계
2. 변재와 심재
1) 변재
가) 목재의 껍질에 가까운 부분으로 색깔이 옅은 부분
나) 물과 양분의 유통과 저장의 역할
다) 목질이 무르고 연하다.
라) 건조하면 변형이 잘 되고 습기에 약하다.
마) 성장을 계속하는 세포이다.
바) 수축률이 심재보다 크다.
2) 심재
가) 수심에 가깝고 색깔이 짙은 부분
나) 강도와 내구성이 커서 목재에서 가장 질이 좋은 부분
다) 목질이 단단하고 윤기가 나며 건조하여도 변형이 적다.
라) 습기에 강하다.
마) 대부분 세포의 성장이 멈춘 죽은 세포이다.
바) 수분이 적어 건조하여도 변화가 적다.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아마 이런 내용이 과학하고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라고 한 거겠지? 그래도 1-2시간 공부(?)를 하니 내용도 신기하고 처음 알게 되는 내용이라 재미있기도 했다. 도덕 가르치는 영어 선생님보단 내가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 ^^ 하지만 어떤 유형이 시험에 나올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암기자료나 문제를 만들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자습서나 평가 문제집도 내용 정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내가 다시 정리해야 할 상황이었고 기출문제 사이트(기출ㅇㅇ, 족보ㅇㅇ)에서도 1회분 문제만 있을 정도에 그나마 있는 암기자료도 엉망이었다. 결국 내가 막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내용을 A4용지 앞뒤 한 장에 정리하고 중요 단어를 외울 수 있는 단답형 문제, 헷갈리게 만드는 오지선다형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학원에도 내가 만든 자료를 제출해야 했는데 원장이 내가 만든 양식을 학원 기본 양식으로 하자고 할 만큼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주변 선생님들에게는 내 덕분에 일거리만 늘었다고 욕은 많이 먹었지만. ㅎㅎ
이렇게 학원 일을 하다 보면 내 주 업무가 아닌 일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런 잔 업무 덕분에 문서작성 능력도 좋아졌고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무시할 만 것이 아닌 걸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