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돈이 필요할 때면 모든 수업시간이 즐거워.

by anchovy
" 배우가 연기를 제일 잘 할 때는 돈이 필요할 때에요. 나는 배고파서 한 건데 남들이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예술은 잔인한 거예요."


배우 윤여정 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배고플 때, 돈이 꼭 필요할 때. 그 극한의 환경에선 절실한 만큼 자신을 끝까지 내던지게 된다는 뜻일듯하다. 나 역시도 이 얘기에 적극 동감하고 있다.


왜냐면 그 돈에 절실함을,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시점에서 나의 친정아버지는 많이 편찮으시고 엄마는 늘 기운이 없으시며 하나밖에 없는 동생 녀석은 진자의 주기가 반복되는 것처럼 사고를 끊임없이 치고 있다. 좀 요령을 피우고 적당히 쉬면서 우아하게 수업하는 멋진 강사이고 싶었건만 갑자기 돈이 필요해졌다. 그것도 아주 넉넉하게.


이렇다 보니 정신이 번쩍 들면서 진도가 안 나가던 소논문이 하루 만에 써졌다. 학생 어머니의 독촉에도 몸을 비비 꼬며 쓰기 싫어 미뤄두었던 소논문을 어젯밤 꼬박 뜬 눈으로 버티며 투지를 불태운 결과, 새벽녘쯤 이메일로 대용량 문서를 전송할 수 있었다. 무슨 조화인지 갑자기 무슨 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고 학부모가 무슨 요구를 해도 거슬리질 않는다. 다 해야 하고 그래야 돈을 버니까.


강사를 처음 시작할 때도 대단한 직업의식 따위는 이미 개나 줘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선생으로서 자존심과 명예는 지키고 살고 있었는데...

오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어머님께도 Yes를 외쳤다. 교육비(과외비)를 미루는 어머님께도 냉정한 문자를 보냈지. 평상시에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돈에 연연하는 모습. 스스로 좀 당황스러울 만큼.


지금 이 모습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돈에 미치면 결국 돈에 노예가 되는 거니까. 누군가 내 글을 읽는 고마운 분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 돈에 노예가 되진 말아요. 그냥 자신이 하는 일을 재밌게 하세요. 행복하게.


오늘 행복하진 않지만 내일은 행복하고 싶은 anchovy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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