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는 계속된다

by 제성훈

"아빠 새는 일곱 번째 미루나무 전체를 돌아다니며 둘째를 찾고 있습니다. 벌써 네 시간째입니다. (중략) 부리에는 네 시간 전에 물고 왔던 먹이가 그대로 있습니다. 이제는 포기하는 모양입니다. 주위를 한 번 찬찬히 둘러보더니 그렇게 홀연히 먼 북쪽 산을 향해 날아갑니다."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김성호 저, 웅진 지식하우스)


육아 휴직을 시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무님 비서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상무님께서 제대로 환송을 못해주었다며 선물을 보내 주신다고, 주소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책일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우리 회사 문화가 좀 그렇다), 막상 포장을 뜯어보니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다.

"뭐지? 동물의 육아?"

아내와 나는 왜 동물의 육아 일기를 보내셨는지 의문을 가졌다.


책은 단숨에 읽혔다. 나이가 들면 '동물의 왕국'과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즐기게 된다는데, 나도 이제 늙었나 보다. 왜 자연 다큐멘터리가 좋아지는 걸까? 돈이나 권력이 통하지 않는 자연스러움, 순리대로 움직이는 생명의 진실성이 아마 다큐멘터리에 빠지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또 자연에는 그 단순성이 주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 먹이를 물고, 새끼를 먹이고, 변을 치우며, 그리고 다 자라면 하늘을 나는 연습을 시킨다. 이게 전부다. 물론 사람의 육아와 달리, 조부모 찬스도 없고, 기계나 서비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으니 얼마나 고단할까 싶지만, 큰오색딱따구리는 워라벨을 고민할 필요도, 자녀를 대학에 어떻게 보낼지 고민할 필요도, 그 긴 교육의 로드맵을 그려낼 이유도 없다. 반면 우리는 육아를 하면서 챙겨야 할 것들, 신경 쓸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하다 못해 어린이집을 보내도, 원비며 특활 활동비며 각종 송금과 자동이체 설정과 해지로 골머리를 앓는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어쩌면 육아에서도 아이의 존재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같은 이야기겠지만, 그 단순성의 핵심은 본질에의 집중에 있다. 육아의 본질은,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학원을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같이 밥을 먹고, 아이와 함께 숙제를 하고, 아이와 함께 놀며,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잠이 드는 것, 즉 '아이와 함께하기'가 아닐까? 코로나 19는 의외로 나에게 좋은 기회를 준 것이다. 처음 육아 휴직을 준비했을 때에는, 아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은 나만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 예상했다. 가족과 나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사뭇 들뜨기도 했다. 뭐, 그것도 나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하루 종일 아이와 보내면서, 나는 오히려 육아의 본질에 충분히 닿을 수 있었다. 그렇게 믿고 싶다.


큰오색딱따구리 수컷은 암컷보다 더 열심히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집을 청소하며 키워나간다. 누가 누구보다 무엇을 더 많이 했는지 이야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난 이 짧은 육 개월이란 시간 동안, 수컷 큰오색딱따구리처럼 육아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육아는 계속될 것이다. 그 형태는 아무래도 조금은 달라지겠지만, 아이와 나와의 관계, 그 본질에 계속 집중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앞선 글에 쓴 것처럼, 나의 삶도 살아낼 것이다.


언젠가, 이 글 서두에 인용한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의 한 구절처럼, 아이들은 훌쩍 자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나를 떠나갈지 모른다. 연습시키던 날갯짓을 터득하여, 부모가 미처 보지도 못한 순간 둥지를 떠난 딱따구리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느 부모인들 그런 자식을 미워하거나 섭섭하다 할 것인가? 그게 자연스럽고, 또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비록 적막한 한낮의 거리 같은 공허함은 남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언제일지 모를 날갯짓의 그 날까지, 지금처럼 아이들을 키워나갈 것이다.


P.S. 아직 육아휴직은 이 개월이 남았지만, 이제 이 글을 마치려 합니다. 그럼에도 간헐적으로 다시 올릴 수도 있고 또 다른 주제의 글을 써 내려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남은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더 집중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언제든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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