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나 자신과의 싸움인걸 모르고 아이와 싸우려 했던 이런 엄마.
육아는 아이를 바로 세우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인내심과 감정조절과 끈기, 기다림이 필요하다.
아이를 성장시키려면 엄마도 어른이 되어야 한다.
지금, 나의 인생은 아이 둘을 낳고 4인 5각 경기가 되었다. 첫째, 둘째가 연년생이라 3년여 동안은 먹는 것, 자는 것, 씻는 것조차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없었다. 모두가 "함께"였다.
아이들과 나 그리고 남편까지 넷이서 걷는 걸음은 한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내 의지대로 끌고 가려하면 서로 뒤엉켜 넘어지고 만다.
서툰 아이를 혼낸다고 나아질 건 없다. 오히려 울음을 터트리거나 주저앉게 할 뿐이다. 부모가 기다리고 인내하고 조절해야 한다. 그렇다고 부모가 되는 게 힘들고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전에 느낄 수 없던 자유를 맛보게 한다. 결혼 전에는 늘 자유로워서 자유롭게 지내는 일상조차 기쁨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출산 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아무렇게나 할 수 있었다.
육아를 하면 거의 모든 자유가 저당 잡힌다. 거의 모든 시간을 남편과 아이들에게 쏟아붓고도 모자라다. 하지만 틈틈이 찾아오는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 평화로움, 휴식은 내게 주어진 시간의 값어치를 몇백 배는 올려준다. 나의 모든 시간이 내게는 절실해진다.
결혼 전의 자유가 광물과 뒤섞여있는 원석이었다면 결혼 후의 자유는 잘 세공된 보석 같은 느낌이랄까. 잘 세공된 보석을 얻기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듯 내공이 다른 자유를 얻기 위해선 성장이 필요한 거다.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그들과 함께 희생하고 기다리고 조절해야 얻을 수 있는 평화로움 말이다.
그렇게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간다.
육아기를 격지 않고도 이미 그 경지에 오른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했던 나는 그 과정에서 무수한 상처와 아픔을 겪어야 했다.
아직 육아를 하고 있는 나는 아이와 같이 성장하고 있고 성장통을 겪고 있다. 나에게 육아는 미성숙한 나의 모습을 직면하게 하는 채찍과 같다.
용기가 필요했고, 조력자가 필요했다. 끊임없이 공부했고 나아지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갈길은 멀지만 조금의 여유를 찾았다. 이 여유는 쟁취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