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마라톤에서 백 미터 경주를 하고 있었던 이런 엄마.
나:아이가 요즘 들어 제 말에 반대로 하려고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더욱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상담사:안된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애써보세요.
나:제가 아무 때나 "안돼"라는 말을 쓰는 건 아니에요. 허용할 땐 허용해 주는 편인데요?
상담사:맞아요 정말 안된다고 해야 할 땐 말해야 해요. 그런데 조금만 더 줄여보자고요. 딱 일주일 동안만.
아이의 행동을 바로 제지하지 말고 지켜보세요. 그리고 질문하기를 해보세요.
정말 안된다고 말하고 싶을 때 낮은 "도"음을 떠올리며 낮게 말해보세요.
육아서에서 읽어서 이미 아는 내용이다. 나도 기본은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도 그 누구보다 "안된다"는 말을 안 하고 싶다. 하지만 상황이 그러한 건데...
나는 "도대체 얼마나 더 참고 견뎌야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어 답답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답답함은 가라앉았고, 시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딱 일주일 동안 안된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안돼"라는 말이 수시로 입안에 맴돌았다. 내 예상보다 나는 안됀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더 기다렸다. 생각보다 아이는 적정선을 지킬 줄 알았다. 엄마가 막아서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도 같았다. 무슨 행동을 할 때마다 안된다고 할까 봐 눈치 보며 했던 걸까? 위축되기 싫어 반대로 하려고 했던 걸까? 엄마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도 잠시, 나의 육아는 언제나 안쓰러움과 버럭의 경계에서 외줄 타기를 한다.
아이는 허용 가능한 게 많아질수록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점점 나의 한계에 다다랐다. 나는 그 고비를 잘 넘기기 위해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거 해도 될까?"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네가 좋아하는 엠버(폴리 구조대)는 이럴 때 어떻게 할까?" 등등. 그러면 아이는 의외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말할 때가 많았다. 게다가 하고 싶은걸 중단하는데도 큰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스스로 선택했기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 나는 크게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아이를 이끌 수 있었다. 물론 위험한 상황이나 긴급할 때는 "안돼"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주 최소한으로 적재적소에만 "안돼"라는 말을 쓴 것 같아 기분이 흡족했다. 아이 역시 웃음이 많아졌다. "엄마 너무 좋아." 이런 말을 뜬금없이 했다.
나는 내가 "안된다"는 말을 아껴 쓰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 더 줄일 수 있었다는 걸 알았다.
역시 나의 육아의 깊이는 얕구나.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동안 "내가 이만큼이나 노력했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는 걸 깨달았다. 단 일주일 동안의 성공 경험은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게 자신감을 주었다.
그 후로 아이와의 문제가 고민될 때 "얼마나 했다고? 한번 더 해보자"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