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우리 영재새끼(초등 편)-
열두 번째 이야기

한번 안아주시면 안 돼요

by 위안테스

아이의 능력에 깜짝

놀란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아이가 묻는다.

"아빠 지금 시속 몇 킬로예요?"

"응. 왜 갑자기. 시속 100킬로 정도인데"

"아빠, 그럼 지금 목적지까지 몇 킬로 남았어요?

"한 120킬로쯤 남았는데 왜?

"그럼 일단 100킬로로 계속 달려주세요"


영문을 몰랐지만,

이따가 말해주겠다고 하니

100킬로에 맞춰 고속도로를 달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아들이 말한다.

"아빠 목적지까지 100킬로 남았죠?"

조금 오차가 있었지만,

거의 정확하게 남은 거리를 맞춰 깜짝 놀랐다.

고속도로 기점표시판.png

저 위의 별표가 고속도로 갓길에 설치된

기점표시판이다.

사실 나도 아들 때문에

나중에 찾아보고 알았다.

두 개의 숫자 중 위쪽 숫자는 기점으로부터 거리를

Km단위로 표시한 것이고,

아래쪽 숫자는 소수점을 표시한 것이다.

현재 위치는 00 고속도로를 기점으로

00Km에 위치하고 있다는 뜻이다.


통제센터 상황실 및 순찰대원, 경찰 및 119 등이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기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들은 조수석에 앉아

창밖으로 일정 간격으로 보이는 숫자가 보였고,

일정 법칙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아빠가 100킬로로 달리고 있다고 하니

일정 시간마다 저 숫자가 어떻게 늘어나고 줄어드는지 생각했단다.


그리고 저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했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아까 나에게 질문을 한 순간부터 기점표시판의

숫자를 보고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계산했다고 한다.


나는 아이의 수학적 능력을

말하고자 이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운전을 하고

고속도로를 다녔지만,

저 일정한 숫자 표시를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나는 한 번도 저게 궁금한 적이 없다.


관찰력

다른 것들 사이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능력.


"넌 뭘 그렇게 쓸데없는 것을 하고 있어.

그런 거 생각할 시간에

문제나 풀어."

아이의 창의력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창의력의 원척은 끊임없는 호기심과

시행착오다.


근처 동네에 있는 대학교에서

어린이날을 맞이해 행사가 있었다.

각종 실험, 태권도 공유,

실내에서 바람을 넣어 설치하는

각종 놀이시설 등

무료로 진행된 행사에

동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그 행사의 말미에

행사 주최 측이 마련한

한국사골든벨이 열렸다.


초등학교 1, 2학년부터

고학년 6학년까지 100명 가까운

학생이 참여하였고,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들은

패자부활전을 거쳐 다른 아이들이 몇 번씩

살아 돌아왔지만,

첫 번째 문제부터

한 문제도 틀리지 않고 모든 문제를 맞혀

우승을 차지했다.

골든벨.png

내가 놀란 이유는

따로 한국사를 공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 한국사나

한국사 만화를 봤지만...

그냥 읽는구나 하고 지나갔었다.

그런데 책을 읽는 거랑 문제를 푸는 것은

다른 것인데,

객관식부터 주관식까지

한 문제도 틀리지 않고 결승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니 적잖이 놀랐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아이와 비슷한 성향의 아이들이

보이는 특징 중에 수와 크기에 집착하는 것이다.

건물도 높은 순... 그리고 몇 미터인지...

행성도 크기 순... 어느 것이 어느 순위로 얼마큼 큰지.

어떤 사건이 몇 년도에 일어나고,

누가 언제 태어나고 언제 죽었는지...


남자아이들이 대부분 비슷한 부분이 있겠지만

우리 아이의 관심사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공룡, 우주, 건축, 수학, 역사...

조선왕조 실록을 만화로 그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전 20권은

15만 원 가까이 하지만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

강력 추천한다.

단순히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은 조선왕조

500년의 다양한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업적이 아니라

사람이 보인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지만,

단순히 치적과 사건 들 중심의 역사가

인물들의 다양한 역학관계 속에서

새롭게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아이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었고,

아내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도전을 권유하였다.

이때 아이가 시험을 위해 선택한 것이

큰 별선생님 최태성 선생님의 무료 유튜브 강의였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 주로 취업을 위해 직장인들이 응시

- 공기업과 공무원 시험에서 최소 3급 이상 요구

-기본시험과 심화시험(주로 성인)

- 기본시험 : 80점 이상 4급

70~79점 5급

60~69점 6급


- 심화시험 : 80점 이상 1급

70~79점 2급

60~69점 3급


기출문제집을 한 두 개 풀어보더니 자기는 바로

심화시험 1급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유튜브로 최태성 강사의 수업을 들으며

혼자 독학을 했다.


이때 아이는 최태성 강사의 인간미와

강의에 매료되었고,

건축가, 검사라는 꿈에 역사 강의자라는

꿈이 추가되는 계기가 되었다.


실시간 유튜브 강의는

실시간 댓글이 가능하고,

중간중간에 최태성 강사님이

그 글을 소개해 주곤 한다.


시험 며칠 전 총정리 수업을 라이브로

하던 중 아들의 자기소개 댓글을 선생님이

읽어주는 일이 생겼다.


초등학교 5학년인데

심화 1급에 도전할 거라 내용이었고,

초등학교 5학년이 대견하다며

칭찬을 해주셨다.


자신의 이름과 사연이 소개된 것에

기뻐하던 것도 잠시,

이내 초등학교 5학년이 심화 도전을 할리 없다며

주작이라며 비아냥대는 댓글이 달리고

아이는 자기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상황에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심화 100점을 받은 사람 중

추첨을 하여, 방송 협찬을 한 의류 브랜드 헤지스에서

맘껏 옷을 사주는 이벤트에 초대받아

최태성 선생님을 직접 만나야겠다는 전의에 불타 올랐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교적 쉬운 2점짜리 2문제를 실수해

심화시험 96점을 받아 여유롭게 1급을 땄다.


시험결과 나오던 날에

진행된 라이브 방송에서

아들은 자신의 출신초등학교와 이름,

심화시험 96점을 받았다는 글을 올리고,

당시 주작이라고 말했던 사람들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나중에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되는

현금기부 풍선을 아내가 몇 개 사용한 덕분에

위의 사연들이 소개될 수 있었다.


마침 다음날 마포도서관에서

최태성 선생님의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출간회가 있었다.

초대된 사람만 가는 출간회 및 사인회였는데,

너무 아쉬워하는 아들에게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지,

책에 사인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냥 한번 가보자고 했다.


다음 날 아침 온 가족이

아산에서 서울 마포도서관으로 향했다.

사인회와 출간회가 시작하기 2시간 전에

도착하여 줄을 섰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4번째로 줄을 섰고,

다행히 초대권이 없어도

현장에 직접 온사람은 입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이는 전날 내가 마포에 데리고

가 주겠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이 받은 심화 96점 성적표를

책 표지 앞에 풀로 붙이고

사인을 받을 책 표지 안쪽에 최태성 선생님의

얼굴을 스케치해서 그려 넣었다.

선물로 보여 드리고 싶다며...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번째로 최태성 선생님을 만난 아이는

정성스럽게 선생님을 그린

책표지와 자신이 받은 성적표를 보여드렸다.

그리고 어제 라이브 방송에서

댓글을 소개해 주신 주작 논란

초등학교 5학년 000이라며

자기소개를 했다.


최태성강사.png

최태성 선생님

네가 어제의 그 학생이냐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며 놀라워하셨다.

행사 주최 측에 마이크를 달라고 하더니,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아이의 사연을 소개해주었다.

초등학교 5학년 도전하기에

이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 시험인지,

그리고 주작 논란으로

서운했던 에피소드까지 소개해주시며,

객석에 있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박수를

유도해 주었다.

최태성 선생님을

아이들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갑자기 아이가 최태성 선생님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한 번만 안아주시면 안 돼요"

그 순간 뭉클함과 나도 들어보지 못한 말에 대한 질투와...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일까라는 부끄러움.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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