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이자 시작
5학년때의 도전 중 가장 힘들고
긴 시간과 노력과 정성과 에너지가
투입된 것을 꼽으라고 하면
전국과학전람회 출전이다.
꾸준히 과학전람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1년
선배 학생과 파트너가 되는 기회가 주어졌다.
선배 친구도 전국대회는 한 번도 출전을 못하고,
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던 것이
최고 기록이었다.
밀웜의 소화액이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용도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출전을 하였다.
전국과학전람회는
-전국대회 대통령상, 총리상, 장관상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
일반고, 자사고, 특목고, 과학고 학생들이 출전하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가장 규모가 큰 경진대회이다.
학교별로 여러 팀이 계획안을 제출하면,
그중의 60%가 채택이 되어 도(광역시) 대회 참여할 수 있다.
도대회에서 포스터프레젠테이션과
심사위원 면접과 심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바탕으로
도대회에서 우수상 이상을 받으면,
전국대회에 출전하고,
보고서 평가와
포스터 프레젠테이션과 심화면접과 질문을 거쳐야 한다.
장장 5~6개월간의 대장정 이었다.
한 겨울에 바닷가에 가서
페트병에 바닷물을 떠 오고,
벌레라면 질겁하는 아내는
밀웜을 통을 넣어 집에서 기르며,
그 녀석들을 핀셋으로 집어
몸에 붙어있는 좁쌀보다 작은 응가들을
또 다른 핀셋으로 떼어내고,
그 녀석들이 꿈틀 될 때마다 비명을 지르고...
나도 그 녀석들이 만든 고치에 붙은
응가들을 핀셋으로 뜯고 끓고 모아서
실험에 일조를 했다.
희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세상에 그저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보고서가 완성되면
포스터를 만들고...
둘이서 합을 맞춰 대본을 줄줄
자연스럽게 외울 정도로 발표준비를 한다.
그리고 예상 질문을 뽑아
어떤 질문에도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연습에 연습을....
엄마의 하드트레이닝에
눈물을 쏟아내지만...
결국에 연습에 연습....
도대회 특상
전국대회는 대상이 대통령상
금상이 국무총리상
특상, 우수상, 장려상은 장관상을 받는다.
내심 국무총리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전국대회 특상을 받았다.
아이는 너무 힘들었던지
자기 인생에서 과학전람회 은퇴를 선언했다.
ㅋㅋ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6학년이 된 올해
다시 과학전람회에 출전한다.
학교에서
도대회에서 특상으로 전국대회를 출전하고
전국대회에서 특상을 받은 경험자를 내버려 둘리가
없지 않은가....
우리도 너무 고생하는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차마 다시 하라고 할 수 없었는데,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4학년 딸을 오빠의 파트너로
보내는 것이 어떻냐는 학교의 제안에
흔들리고 말았다.
아들은
과학전람회도 다신 하기 싫은데
저거(아들이 부르는 여동생을 지칭하는 용어)랑
출전하는 것은 더 싫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보고서를 낸다고 다 예선을 통과하는 것도 아니고,
일단 출전 보고서만 쓰면
내가 쓰던 갤럭시플립
최신형 폰을 주겠다는 말에 넘어가
지금 딸아이와 함께
도대회를 위한 보고서와 실험을 준비 중이다.
나도 3대 독자이고,
와이프 딸 셋 중 장녀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첫째로서 누려야 할
권리와 대접을 받았다.
와이프는 자신보다 공부를 잘하는 동생이
있었지만, 자기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질투가 나거나
심한 경쟁의식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우리 딸아이의 심정을
미루어 짐작은 하지만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뭘 해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영재 오빠와 살아가는 동생이
어떠한 마음일지 가늠이 안된다.
동생이 원해서
가게 된 문화센터 합창인데
합창 선생님에게 전국대회 솔로 제의를 받는 건 오빠다.
영재원에 가는가 싶더니
거기서 일등을 해서 장학금 100만 원을 받아온다.
전국대회에 나가서 장관상을 받아온다.
전국 수학 모의고사에서 100점을 받는다.
딸아이에게는
오빠가 연예인 같은 존재다.
아들 녀석이 조금만 따뜻하게 대해주면
좋을 텐데....
잔소리와 혼을 낼수록 더 큰 분노로 동생을 대한다.
답답이, 멍청이를 입에 달고 산다.
우리 아들이 혼나는 100건 중 90건이
동생을 놀리거나 건드리거나 무시해서 받는 것일 것이다.
안타까운 건
딸이 평균 이상이라는 것이다.
반에서 담임 선생님의
사랑과 칭찬을 독차지한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4년...
단 한 번도 학교에서 전화가 온 적이 없다.
학기말 가정통신문에는 칭찬밖에 없다.
새벽같이 일어나 학교에 제일 먼저 간다.
누가 봐도 훌륭하고 착한 아이다.
그런데 집에만 오면
능력만 놓고 보면 넘사벽인 오빠가 있다.
그러니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성실함과 착함이고,
아들의 눈에는 고자질을 하는 미운 동생이다.
아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자기가 한 것보다 동생이 오버액션을 한다는 것이고,
저거 때문에 본인이 당연히 차지했어야 할
부모의 사랑과 할머니, 할아버지 친지들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한 없이 착하고 여리다는
동생에 대한 부모의 판단과 칭찬도
가식이라고 여기는 때가 있었다.
때론 혼을 내고
감정에 호소하고,
너도 소중한 아들이지만...
동생도 우리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우리의 딸이라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말 힘들고 지치는 시간이었다.
영재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너무 빨리 계산이 끝나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으면
질문을 하고,
이는 어떤 어른에게는 버릇이 없어 보이고,
반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남을 딱히 괴롭히지도 않지만,
내 시간을 할애하여
누군가를 이유 없이 도우려고 하지 않는다.
똑똑하고
너그럽고
타인을 배려하는 아이는....
가끔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친구들이 대답한 다음에 대답해.
안다고 너무 아는 척하지 마.
외부에서 받은 좋은 결과 친구들에 에게 자랑하지 마.
시험 본 다음에 너무 쉬웠어 이런 말 하면 안 돼.
친구 무시하는 말 하면 안 돼.
발표 열심히 하고, 대답 잘하고, 질문 많이 하고 등의
자존감을 높이는 말을
해줄 수가 없다.
혹시나 친구들과 트러블이 생길까 봐
혹시나 선생님 눈 밖에 날까 봐.
교우관계, 학교생활 등...
우리 부부는 심각하게 검정고시를 고려했었다.
중학교 3년을 의미 없이 낭비하지는 앓을지,
친구들 사이에서 심한 칼들이 나타나지는 앓을지,
이해를 잘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지.
중1 때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끝내고,
중2, 중3 시절에 필요한 공부와 독서,
여행과 봉사를 시키는 것이 어떨까
정말 정말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어떤 선택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고,
학습의 효율성과 사회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에서 여전히 갈등 중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가 없어야 하는데...
내 아이에게 원망을 들을까 겁나는 것이 사실이다.
결과를 알 수 없어
이 방법이, 이 선택이 최선이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