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관계
나는 아버지가 싫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그냥 주눅이 들어 있었다.
알 수 없는 긴장감에 밥 먹는 자리에서
다리를 떨면 찰싹하고 손등을 맞았다.
복 나간다고 한 마디 후엔
아무런 말이 없다.
같이 있는 순간의 어색함과
정적이 싫었다.
방에 단 둘이라도 있을 때면,
우리 집에서 가장 시끄러운 건 tv 소리였다.
어머니와 아버지 나이차가 20살이나
나는 것도 싫었다.
같이 다니면 아버지, 어머니, 아들이 아니라
할아버지, 며느리, 손자였다.
아버지와 20살 차이가 나는 며느리를
할머니는 그렇게 괴롭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버지는 방관자였다.
결국 며느리를 쫓아내려고 하니,
할아버지, 할머니 말이면 무조건 듣던 효자는
어머니 손을 잡고 집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태어났다.
손이 귀한 집에 3대 독자 외동아들이 태어나고,
다시 어머니는 본가로 들어갔다.
나름 3대 독자를 낳아 금의환향한 듯 보였지만,
이 이후 할아버지, 할머니는 나란히 병이 드셨다.
무슨 팔자가 그런지
할아버지, 할머니 병시중만 몇 년을 했다.
밥 수발, 목욕수발, 배변 수발...
그렇게 며느리에 모질던 할머니는,
돌아가시면서 용서를 비셨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집안의 재산 서류를
모두 어머니에게 물려주셨다고 한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물어봤다.
"할머니가 쫓아냈을 때,
그냥 나가서 새 인생 살지 그랬어.
그럼, 나도 안 태어나고, 고생 안 하고 살았을 텐데..."
어머니가 그랬다.
얼굴 한 두 번 보고 집안끼리 혼담으로 시집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