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랑인가 기억인가(6)
2000년에 3학년으로 복학 후,
나름 정신없이 1학기를 맞이했다.
군대 가기 전,
"2000에 들어오는 애들은 다시 00학번이
되는 거야 아니면 0학번이 되는 거야?"라고
술자리에서 우스개 소리처럼 했던
1학년이 들어왔다.
다른 학교는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2000년 신입생들은 00학번이 되었다.
군대 가기 전에 했던 동아리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1학년들을 데리고 다녀야 할 3학년,
2학년 남자 선배들이 모두 공교롭게 군대를 갔다.
그렇게 나는 다섯 학번이나 차이나는
그 당시 얘기로 하늘 같은 선배에서
00학번 신입생들을 데리고
다니는 동아리 회장이 되었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큰 세대 차이 없이 그들과 어울려 다녔고
수시로 내 자취방에 데려와
밥을 해 먹였다.
그리고 그렇게 친해진
동아리 신입생 후배들은 알게 모르게
나의 학교생활과 몇 년 사이게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군 생활 중,
국가부도사태인 IMF가 있었다.
뉴스에서 연일 들려오는 기업 부도와
생계가 막막해진 가장에 대한 얘기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처럼
끝없이 보도되었다.
돌이켜보건대,
이때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 마음에 상처가 생겼다.
뉴스 속 이야기가 우리 집 이야기가 되기도,
우리 집안, 친구, 아는 사람의 얘기가 되었다.
운 좋게 그 사태를 벗어난 사람들의
마음에도 작은 상처들이 생겼다.
전쟁이 아니어도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경험을 모든 국민이 공유하게 되었다.
선의로 시작된
금 모으기는
국난 극복의 사례처럼 부각되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 국민의
당연한 책무라도 되는 듯
인식하게 만들었다.
국가의 무책임으로 벌어진 일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고,
견디어 내는 것은 국민들... 일반 서민들의
몫이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이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한 사람은
새로운 재벌이 되기도 했다.
내 생각에
전쟁 이후 우리에게 마음의 상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