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관계
전화 왔는데 안 받아?
있다가 하면 돼.
왜... 받아! 엄마 같은데...
있다가...
내가 하면 돼...
뭐가 그렇게 당당해.
있다가가 어딨어.
왜 후순위로 밀려...
왜 항상 뒷전이야.
사랑의 크기만큼 서열을 매긴다면
부동의 수석 아냐.
그러면 잘해야지?
그니까...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한테 난 일등이니까.
그니까
나중에...
공부 안 해도
노력 안 해도
엄마 시험의 일등은 나니까.
그니까 나중에...
벼락치기해도 일등 하니까.
배시시 웃으며
등에 찰싹 달라붙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등 주니까.
냉장고 속 반찬
대박 맛있는데 왜 안 먹어?
이 아까운걸.
상해가는데...
괜찮아... 또 새로 해다 줄 거니까.
사진 속 당신은 웃고 있다.
다 안다는 듯...
그러게 이놈아
해줄 때 받지.
해주고 싶어도 못해주잖아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때 미루고
안 받고 안 먹은 건 괜찮고.
챙겨주지 못하게 된 걸
아쉬워하는 듯하다.
정말 그래.
나 안 미워?
뭘 믿고 그랬을까.
아니지. 확실히 믿는 구석이 있었지.
뭘 어떻게 해도 내가 뒷전이 안될 거라고.
항상 내가 일등일 거라고.
당신한테만은...
믿는 구석에 발등이 찍히고 알았다.
노력하지 않아도
항상 일등인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조금만 일찍 알았어야 했다.
아주 아주 늦었더라도
내 곁에 있을 때 알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