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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의 이별

[소설] 사랑인가 기억인가(8)

by 위안테스

환자복을 입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네가 말했다.

"오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나 용서해주면 안 돼. 다시 오빠한테 돌아가고 싶어.

공항에서 그런 일 겪게 해서 정말 미안해..

그렇게 오빠랑 헤어지고....

계속 아팠어... 마음도.... 몸도...

지금 대답하지 말고 생각해보고

얘기해줘"라고 고개를 숙인 채 말하면서,

너는 울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병문안을 오면서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네가 다시 돌아온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선뜻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네가 배낭여행 갔다 돌아오는 날

이별을 했다.

그때는 비참한 나만이 있었다.

현재는 너 하나만 내 곁에 있으면 됐었던

그때의 그 시절로, 그 마음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돌아간다 하더라도

네 집에서 반대하는

내 처지는 그대로다.

5년간의 연애 중

그해에 너는 나를 떠나고,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네가 떠난 한 달 동안,

너를 미워할 이유를 하나 둘 찾으며

보냈다.

너를 미워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낼 때마다

너로 받은 위로와 위안이

셀 수도 없이 나타났다.

심지어 너를 울리고 가슴 아프게 한 기억들이

아프게 떠올라

너를 미워하기는커녕 과거의 내 잘못을

반성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끝날 것 같던... 우리 인연은 그렇게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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