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
지금이야 결혼한지 15년이 됐지만,
만 3년간 한번도 싸운적이 없어
결혼생활도 그러하리라 생각했지만,
어디 인생이 마음데로 되는가.
한번도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는 연습을 해본적도
제대로 배워 본적이 없지 않은가
결혼 하면 저절로 좋은 남편이 되고,
아이가 태어나면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닌데
그때는 참 조급했다
내가 아닌 사람에게 나라면 그러지 않을텐데라는
전제부터 잘못된 생각으로
서운함을 켜켜히 쌓아가고,
너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
우리 같이 힘들어라는 말보다,
"괜찮아? 힘들지. 괜찮아 질거야" 란 말이
더 나은 말이란 걸 그때는 당연하게도 몰랐다.
허니문 베이비로 첫째가 태어나고
아내는 출산을 앞두고 처가에 들어갔다.
주중에는 신혼집에서 직장을 다니고
금요일에는 처가에 가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오는 생활이 이어졌다.
이런 생활 패턴은 첫째 아이가
두 살이 될 때까지 이어졌고
아내가 퇴근할 때까지 장인, 장모님이 아이를 돌봐주셨다.
딸 셋을 한 해에 모두 시집보내고 이제 본인들만의
여유로운 삶을 즐기시려는 찰나에 큰 딸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어, 알겠어. 당신 말이 다 맞아.
하지만 난 안 할 거야"
사춘기 아들이 엄마에게 하는 얘기가 아니다.
감정 상한 불량 아빠가 아내에게 하는 얘기다.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기분 나쁘게 얘기할 수 있을까.
"나니까 당신에게 이런 말 하는 거야"라는 말이
가끔은 너무 듣기 싫다.
곱씹어 볼수록 맞는 말이고,
어디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실수하지 않도록
얘기해주는 의도는 알겠는데...
그냥 들어 주면 안 되나.
두둔은 아니더라도 조금의 위로가
필요해서 얘기한 건데,
그렇게 얘기하면 난 입을 닫게 된다.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을 거야'라는 마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