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쓴 글입니다. 대중교통 내 취식이 금지된 시기였습니다.
'X쓰레기'와 'X발'을 번갈아 뱉는, 무선 이어폰을 끼고 통화하는 젊은 남자를 피해 옆 칸으로 간다.
왼쪽 대각선 좌석에 앉은 중년 남성이 졸면서 상체를 이리저리 흔들고 오른쪽 건너편엔 노년 여성이 마스크를 내리고 무언갈 먹는다. 남자는 시집으로 가려지지 않고 여자는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다. 옆 칸으로 간다.
왼쪽 대각선 자리에서 젊은 여자 둘이 지하철 소음보다 큰 소리로 떠든다. 다행히 얼마 안 가 내리지만 안내 방송을 지우는 5호선 소음이 이내 가슴을 옥죈다. 아니, 시린 건가.
오늘은 젊은 연인이 서로의 손과 팔을 더듬고 더듬고 더듬는 모습을 보진 않았다. 그런 연유로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듣기 싫으면 이어폰을 꽂으면 되지 않은가. 보기 싫으면 눈을 감고. 반발감인지 고집인지 괘씸함인지 모를 까닭에 그러지 않았다.
미련하게 버틸 필요가 없다.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 되므로. 욕설을 피해 도망친 곳에 소음 이외의 곳으로 괴롭히는 장면이 있었고 다시 또 달아나 도착한 곳에는 아득해질 만큼 괴로운 굉음이 있었다. 좀 가만히, 적어도 조용히를 원하는 건 되지도 않는 바람인가.
역에서 나와 십 분 안 되는 동안 인도에는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인적 없는 시간대라서 그런지, 나이 많은 남자는 담배를 피우며 걸어가고 나는 사람과 연기를 피해서 가장자리로 걷고. 어느새 보행로는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와 오토바이 모두의 것이 되었는데.
자전거가 지나가시면 비켜서야 한다. 오토바이가 지나가시면 사람이 마땅히 비켜 드려야 한다. 더구나 자전거 도로가 아닌 보도에서도 자전거가 벨을 울리면 지나가시게 양보해 드리는 게 당연해 보인다.
부딪히기 싫어서 한쪽 끝에 붙어서 걷는다. 잘 놀라는 성격 때문에 자주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한다. 여기저기에 함부로 세워지거나 쓰러진 전동 킥보드를 볼 때면 더욱 절감한다. 오토바이건 전동 킥보드건 빌어먹을 흉물들이 싸그리 사라졌으면, 퇴근길에 스트레스받으면서 놀랄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인스타그램: anda.hun
* 『사이 산문』은 격주로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