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망치 구간

by 안다훈



쉬이 쓴 글은 가벼이 휘발되고. 진부한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아 관두고. 취해 잠들 정도가 못 되는 맥주 두 캔에 자괴감이 든다. 우울에 깊이 빠져들려던 자신을 발견하고 거리를 둔다. 내키는 대로 내뱉고 싶지만 저질러 본 기억이 끼어든다. 빤히 보이는 결과. 실수조차 예상치 못할 때에만 흥미롭기 때문인지. 또 커피를 사 마시고 치킨을 주문하고 맥주를 마셨다는 사실이 괴롭다. 먼저 연락하지 않고 네가 연락해도 받지 않겠다는 다짐은 감정적이기에 외로울 때면 무너질밖에. 차츰 곁에 남는 사람이 줄고. 이따금 만나는 동아리 형과 예전 같지 않다. 어쩌면 하나뿐인 아는 동생마저. 가족도.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 조급해지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으니. 자기 파괴적인 충동에 휩싸이는 순간을 '망치 구간'이라 이름 붙였다. 내 기분을 망치고. 망친 기분을 망치처럼 휘둘러 다른 사람의 기분도 망치고. 망치고 망치다 보면 인생도 망가질 테지. 메시지를 지우고 연락처를 지우고 사진을 지우고 썼던 글을 지우고 흔적을 지우듯 몇 분 뒤에 지울지도 모르는 글.









인스타그램: anda.hun

* 『사이 산문』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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